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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회 파행' 언급 없이 민생·정책 외친 새누리 지도부

[취재파일] '국회 파행' 언급 없이 민생·정책 외친 새누리 지도부
새누리당 아침 회의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언론에 많이 보도된 대로 회의 시작 전 30분 가량 이어지던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사라진 겁니다. 회의가 회의가 아닌 최고위원들 개인의 대외용 발언 창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신선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전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는 거액을 들여 따낸 자리인 만큼 발언 기회를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른바 ‘얘기되는 현안’을 놓고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여러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언급하는가 하면, 자기 지역구의 민원성 발언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또 당 지도부 회의 석상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소리를 하는가 하면, 계파별 이해 관계를 놓고 바로 옆자리에 앉아 설전을 벌이기도 하는 등 볼썽 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봉숭아 학당’이 되지 않기 위해, 회의를 회의답게 진행하기 위해 회의 시작 전 발언을 자제하겠다는 이정현 대표의 방침이 와닿는 이유입니다.

● 친박 장악 지도부…의견 다양성 확보될까?

하지만 어떤 원칙이든 예외가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정치 같은 사회 제도에 대한 원칙 혹은 법칙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 탓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경우, 지도부가 재떨이를 집어 던질 정도로 치열하게 토론하되 일단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소리를 내지 않는 걸로 유명합니다. 비공개 회의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정치권에서도 가능한 일일 겁니다. 다만,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어떨까요? 총선 패배 이후 친박과 비박 간 다툼은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후 구성된 지도부에서 비박계는 사실상 강석호 의원 단 1명에 불과합니다 . 그나마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이 온건한 편으로 분류됩니다.

새누리당에서 더 이상 ‘봉숭아 학당’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도부 내에서 제대로 의견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지 역시 의문이었습니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우병우 청 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친박계 주류 지도부는 연일 계속되는 야당의 우 수석 사퇴 요구에 아무런 대꾸가 없었습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 찰에 수사 의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도부 주류의 의견은 청와대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 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정 원 내대표가 택한 의견 표시 방법은 ‘페이스북’이었습니다. 기자회견까지 자청하기에는 부담이 컸던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지도부 회의 발언이 가능했다면 어땠을까요? 가정을 전제로 한 물음은 무의미하다고들 하니 여기서 접겠습니다.

● 추경안 처리 무산에도 “…”

오늘 (22일) 아침에는 7시 30분부터 최고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이정현 대표는 오늘도 민생과 국정을 강조하며 곧바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여야 간 합의대로라면 추가 경정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예정된 날이어서 논의해야 할 일이 많기는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조선·해운업 부실화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면서 오늘 추경 예산안 처리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였습니다. 여야 간 합의 당사자였던 정진석 원내대표의 입장에서는 할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역시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3시간 동안의 회의 후 열린 결과 브리핑에서도 국회 파행에 대한 언급보다 41개 정책 과제에 대해 꼼꼼히 챙겨봤다며 앞으로의 당정청 협력 방안과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민생 안으로 들어가 현장을 챙기겠다는 이정현 대표식 정치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치 없이 정책이 가능할까'라는 원론적인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야당을 설득하고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인 게 현실입니다. 추경이 그토록 중요한 민생현안이라고 외쳐대도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원 총회에서 야당을 향해 조속히 추경안 처리에 임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모든 메시지가 지도부 회의에서 나와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참석하는 지도부 회의는 상징성을 갖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마음 속에 나만의 '정책'만 있고 야당과의 '정치'는 없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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