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납 범벅' 유치원 놀이터 개수 파악도 헷갈리는 교육청

[취재파일] '납 범벅' 유치원 놀이터 개수 파악도 헷갈리는 교육청
● 학교 운동장뿐 아니라 유치원 놀이터도 '납 범벅'?

지난 17일,  일부 유치원의 우레탄 시설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이철규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레탄 시설이 설치된 전국 171개 유치원 중 11곳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그동안 학교 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돼 안전성 논란이 제기됐지만, 유치원 놀이시설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는 처음이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장기 아동에게 기준치 이상의 납은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지능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유치원생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조사 결과에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유치원 11곳 중 7곳이 위치한 경기 지역의 엄마들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들은 어디에서 놀라는 거냐?’는 반응이나 유치원 이름을 문의하는 글들을 쏟아냈습니다.

● 엉터리 보고로 발표한 '유치원 놀이시설 전수조사 결과'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날,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을 찾아갔습니다. 문제가 된 놀이시설을 취재하고, 학교 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납이 검출됐다던 유치원의 놀이시설 바닥에는 우레탄이 아닌 고무가 깔려있었습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 놀이시설 바닥은 ‘기준치 이상의 납이 함유된 우레탄 소재’로 돼 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해당 유치원이 소속된 학교 관계자의 말도 이상했습니다. 관계자는 경기도 교육청이 내놓은 자료는 사실 잘못된 것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방학 기간 중에 유치원 놀이시설의 중금속 조사 결과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담당 직원의 착오로 유치원 놀이시설이 아닌 초등학교 운동장 우레탄 바닥의 조사 결과가 교육청에 제출됐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유치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엉터리 보고가 이뤄졌다는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경기도 교육청은 납이 검출된 유치원 수를 최초 7개에서 6개로, 그리고 다시 3개로 수정해 발표했습니다.

● 개학은 다가오는데…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되는 교육청

현상 파악도 제대로 안 되다보니 교육 당국은 개학이 코앞인데도 예산 배정은 물론 구체적인 시설 교체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수조사 결과가 확인도 거치지 않은 허위 보고의 산물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교육청이 수정해 내놓은 수치에도 의문부호가 찍히게 됐습니다.

교육당국은 주먹구구식으로 학교에 우레탄 시설을 설치했다가 교체 비용으로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날리게 됐습니다. 이제 유치원 우레탄 놀이시설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납이 나와 또다시 교체 예산을 편성해야할 판입니다. 이미 날아가게 된 세금이야 어쩔수 없지만, 엉터리 조사로 멀쩡한 유치원 놀이터를 갈아엎는 일까지는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