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난민이 유입되고 휴양지, 중소도시까지 테러가 빈발하는 혼돈의 유럽.
당장 다음 달 초부터 집권당의 해결책에 대한 심판이 반영되거나 정책에 대한 찬반이 직접 드러날 선거·투표가 유럽에서 이어진다.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르는 정치 지도자는 유럽 난민 포용정책의 대모 격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독일은 다음 달 4일, 18일 각각 메클렌부르크포어메른 주, 베를린 주에서 주 의회 선거를 실시한다.
최근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출신 이주자의 폭력범죄 때문에 이번 선거가 메르켈 총리에 대한 심판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메르린 총리의 집권 기독민주당은 작년에 100만명이 넘는 난민 신청자를 받아들였다가 테러 여파로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달 초 발표된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한 달 만에 59%에서 47%로 하락했다.
지난주 여론조사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여론이 52%에 달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8일 첫 유세에서 "테러는 난민 탓이 아니라 테러세력이 난민을 포섭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난민 포용정책을 다시 강조했다.
반면 난민 반대를 외치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 19%, 베를린에서 14% 지지율을 기록해 기성 정당을 위협했다.
다음 달 11일 크로아티아에서는 내홍, 부총리 부인의 비리 스캔들과 함께 집권 5개월 만에 막을 내린 내각을 재구성할 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오는 10월 2일에는 유럽 난민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심판이 될 선거·투표가 동시에 오스트리아, 헝가리에서 실시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쌍둥이라고 불릴 정도로 난민에 대한 반감을 지닌 인물이 대권에 재도전한다.
그 주인공인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유럽에서는 나치 정권이 무너진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국가원수가 탄생한다.
다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실권을 행사하지는 않는 사실상 명예직이다.
호퍼 후보는 올해 5월 열린 대통령 선거 때 녹색당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에게 3만여표(0.6%) 차로 패배했다.
그러나 개표 과정에서 법으로 지정된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가 재선거를 결정했다.
호퍼 후보가 국경장벽으로 난민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는데 그가 선출되면 그런 극단적 정책을 지지하는 정서가 승리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 대한 간섭을 강화하면 당선 후 1년 안에 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U의 난민 할당제에 불만을 품어온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는 EU의 난민정책 자체를 본질적으로 심판하는 국민투표에 들어간다.
헝가리 의회의 동의 없이 헝가리 국민이 아닌 사람을 헝가리에 정착하도록 하는 권한을 EU가 행사하는 것이 합당한지 찬반을 묻는다.
EU는 난민을 각 회원국에 분산 배치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리 스스로 정한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촉구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난민에 대한 '인간적 도리'를 강조하며 포용정책을 펼친 마테오 렌치 총리의 정치생명을 건 국민투표가 열린다.
지난 8일 이탈리아 최고법원은 상원 정원을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이고 정부에 대한 견제력을 약화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허가했다.
투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60일 안에 날짜를 확정해야 하는 법규로 미뤄볼 때 10월 중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 소속인 렌치 총리는 국민투표가 가결되지 않으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탈리아는 상, 하원이 동등한 권한을 작고 정부의 입법안을 지연하거나 차단하기 쉬운 권력 구조를 지니고 있다.
렌치 총리는 정치 안정을 위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다른 쪽에서는 행정부 권한이 커져 권력분립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체코에서도 역시 난민정책 평가가 담길 것으로 관측되는 지방선거가 10월에 치러진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총리가 이끄는 체코 정부는 EU의 난민 할당제에 따라 2천691명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아직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이른바 비셰그라드 4국은 난민 할당제를 기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체코는 슬로바키아, 헝가리처럼 할당제 시행을 저지하려고 EU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다만 연립정권의 소수당 파트너인 긍정당의 안드레이 바비스 당수는 EU 통합과 체코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는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은 테러가 두려워 난민을 한 명도 받을 수 없다며 할당제를 거부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보트카 총리가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내에서 EU에 비호감을 지닌 동료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며 당 장악력을 시험하는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정권의 성향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 밖에 올해 선거로는 리투아니아의 10월 9일 총선, 11월이나 12월 초에 치러질 루마니아의 총선이 있다.
내년에는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해 유럽 정책을 끌고 갈 쌍두마차가 된 독일, 프랑스에서 대형 선거가 예정돼 있다.
프랑스는 내년 4∼5월에 대통령을 새로 뽑고 독일은 9월에 총리와 집권당이 결정될 연방의회 선거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혼돈의 유럽 선거철 진입…난민정책 풍향계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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