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人터뷰+] "술 접대 해라"…여성 미화원의 이유 있는 삭발

[人터뷰+] "술 접대 해라"…여성 미화원의 이유 있는 삭발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이 다녀가는 김포공항. 이곳에서 30년 넘게 일한 여성 미화원들에게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일까요?

매일 공항에서 100리터 봉투로 150개 넘게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였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쓰레기 치우느라 삐끗한 손목이나, 저린 무릎 통증도 아니었습니다. 그 많은 쓰레기나 육체적 통증보다 더 참기 어려운 고충은 따로 있었다고, 미화원들은 토로했습니다.

 
“오늘 남아서 술 접대를 해라.”
“아들이 둘이면 부부관계 두 번만 했어?”
“잘 웃지 않을 거면 집으로 돌아가라.”

여성 미화원들이 노조 측에 신고한 내용입니다. 여성 미화원들은 용역업체 관리자들의 폭언과 성희롱, 협박이 하루 수십 번에 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언어폭력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물리적 폭력과 성추행까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성 미화원들은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지난 12일 5시간에 걸친 경고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김포공항 미화원으로 일하며, 공공비정규직노조 서경지부 강서지회장을 맡고 있는 서경희 씨는 삭발식을 하고 108배 시위를 벌였습니다. 용역업체 관리자들의 부당한 대우, 미화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알려지면서 큰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SBS 취재진은 서경희 씨 등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미화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 등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 기자: 참기 어려웠던 부당대우들이 많았다면서요?

▶ 손경희 씨: 네, 그동안 간부들은 미화원이 맘에 안 들면 불러서 혼내고, 무조건 시말서를 쓰게 하곤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3층 비행기 출발장 게이트에서 일했는데 거기 사람이 좀 많습니까? 일하느라 바빠서 본부장이 온 줄도 몰랐는데, 자기한테 인사 안 했다고 소장한테 시켜서 저를 불러서 인사 똑바로 안 하느냐고 혼냈습니다.

시말서 쓰는 것도 상당히 괴로웠습니다. 차라리 기준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냥 자기들 맘에 안 들거나 거슬리면 무조건 쓰라고 합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먹다가 걸려서, 동료끼리 대화하다가 걸려서, 샌들이나 슬리퍼 신은 거 걸려서, 2명 이상 모여 있다고 시말서를 쓴 직원도 있습니다.

▷ 기자: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는?

▶ 손경희 씨: 작년 연말 한국공항공사 고객 서비스팀에서 팀장, 과장, 본부장이 나와서는 저희에게 여사님들이 수고를 많이 해줘서 새해부터는 임금이 가장 많이 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후 다음 달인 1월 월급명세서를 받아보니 전에 받던 임금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사 측에 연락해서 항의도 해보고 만날 약속도 잡아 봤지만, 그들은 자기들 일이 아니라는 식이거나 연락을 피하거나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왜 한 건지도 모르겠고, 그저 저희를 인간 취급도 안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제라도 저희의 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습니다.

▷ 기자: 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회사 측의 압박도 많았다고요?

▶ 손경희 씨: 여기 관리자가 본부장 1명에 그 밑에 소장 2명 반장 6명이 있습니다. 노조결성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로 그날 본부장이 소장을 혼내고, 소장이 반장들을 불러서 노조가 생길 때까지 안 막고 뭐 했느냐고 책임을 물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반장들은 우리한테 와서 해고시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직원 중에 딸도 이곳에서 일하는 분이 있는데, 딸까지 같이 해고시키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더 웃긴 건 반장들까지도 모조리 노조에 가입했었는데, 얼마 못 가서 갑자기 한날한시에 한꺼번에 탈퇴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위에서 압박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 기자: 관리자들이 성추행까지 했다고 폭로하셨는데요?

▶ 손경희 씨: 반장뿐만 아니라 본부장, 소장할 것 없이 관리자들에게 성추행이나 성희롱 당한 여직원들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저희가 노조 결성하고서 직원들에게 불만 사항들을 받았는데, 그들이 제출한 내용 중에서 성추행당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때 처음 성추행과 성희롱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 SBS 취재진은 손 씨의 도움으로 간부들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진술한 여성 미화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 성추행 피해 미화원: 제가 기억하는 언어폭력만 60번이 넘습니다. 그중에서 성희롱이 대부분이었고요. 전체 미화원 130명 중 남자 직원이 10% 정도인데, 남자직원들과 점심이라도 같이 하면 둘이 놀아났느냐는 말을 간부들이 스스럼없이 해댔습니다. 농담 삼아 여성의 신체부위를 언급하는 일도 종종 있었고요.

▷ 기자: 성추행은 주로 어떤 식으로?

▶ 성추행 피해 미화원: 간부들은 자기들 말이 곧 법이라며, 거절하면 무조건 시말서를 쓰게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회식이나 야유회, 노래방에 가자고 제안하면 무조건 가야 했죠. 그런 곳만 가면 유독 성추행이 있었습니다.  야유회나 노래방에서 은근슬쩍 가슴을 더듬거나 소주병에 풋고추를 끼워서 술을 따라주거나 심지어 여자 직원에게 손을 못 대면 남자직원의 가슴을 주물러대기도 했습니다. 직장 내에서 가끔 근무 시간에 술 마시고 와서는 엉덩이를 치기도 했습니다.
▷ 기자: 정식으로 문제 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

▶ 성추행 피해 미화원: 저도 그렇고 다들 일자리와 생계가 연결돼 있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잘릴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 거죠. 다들 해고당하느니 참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 하나 용기 내 볼 생각보다는 겁도 나고 걱정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 SBS 취재진은 김포공항 청소용역 업체 측과의 통화를 통해 미화원들의 성추행 피해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용역업체 측은 “성추행했다는 가해자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성추행 사실 여부를 떠나서 관리자로서 직원들과의 불화가 많아서 해고했다”라고 밝혔습니다. 》

▷ 기자: 노조를 만든 이후 처우 개선은?

▶ 손경희 씨: 예전에는 쉬는 시간에 간식이라도 먹고 있으면 관리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뭘 그렇게 처먹고 있느냐, 일하기 싫으면 때려치워라,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넘쳐난다고 협박하거나 물조차도 마음대로 못 마시게 했었죠. 이제는 그런 게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된 게 없습니다.

▷ 기자: 꼭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은?

▶ 손경희 씨: 개선돼야 할 점은 워낙 많지만, 그중에서도 산재처리를 안 해준다는 점입니다. 내 돈을 써가면서 감수해야 합니다. 입원하면 입원비도 스스로 부담할뿐더러 열흘 정도만 지나면 관리자들이 미리 사직서를 받아둡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도 복귀하지 못하면 마음대로 사표 수리를 해버리죠.
현재 100명 남짓인 김포공항 미화원 노조원들은 지난 12일 경고 파업을 벌인 뒤 원청업체인 한국공항공사와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합당한 임금 인상과 인권유린 방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측은 “하청업체와 청소 관리 도급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협상 당사자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임수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