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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녹조에 두 손 든 금강 수중보…초당 6백톤 방류

[취재파일] 녹조에 두 손 든 금강 수중보…초당 6백톤 방류
연일 신기록을 갈아 치우는 폭염의 기세에 사람만 힘든 게 아닙니다. 생명의 젖줄인 강물도 비명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남조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강의 숨통을 죄고 있습니다.

금빛 모래에 맑은 물을 자랑하던 금강은 쪽빛을 잃고 온통 연둣빛 물감을 뒤집어썼습니다. 물 흐름이 느린 둔치 쪽에는 녹조 농도가 짙어 끈적한 페인트처럼 변해가고있고, 누렇게 부패하는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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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는 4대강 사업으로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수중보 3개가 들어서 시원스레 흐르 던 물길을 막고 있습니다. 세 곳 가운데 백제보의 녹조 상태가 가장 심각합니다. 지난 8일 측정한 백제보의 남조류 세포수는 2만2천5백30셀, 공주보 5천4백26셀과 세종보의 738셀에 비해 4배에서 30배나 많습니다. 수질예보 관심단계 기준인 1만셀을 두 배 초과했습니다.

일주일 뒤인 지난16일 백제보의 상태는 훨씬 악화됐습니다. 남조류 세포수가 1주 전보다 5배가량 증가한 10만8천셀을 기록했습니다. 수질예보도 관심단계에서 주의로 강화됐습니다. 녹조로 가득한 강물의 온도도 31도를 웃돌 만큼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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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변화에 물고기들은 본능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속에 있던 숭어들이 물위로 떠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입을 뻐끔 거리는 모습이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물속의 온도가 높아지면 용존 산소량이 줄어들고, 녹조 역시 밤사이 물속 산소를 빼앗아가기 때문에 물고기들은 숨쉬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다행히 집단폐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물고기 떼죽음이 현실화 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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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소식은 없고, 폭염도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게 걱정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녹조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조건중 하나가 기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물 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정체수역은 녹조에 취약합니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급한대로 금강의 숨통을 틔워 주기로 했습니다. 수중보 문을 열고 갇혀 있는 물을 흘려보내 녹조확산을 막아보겠다는 계산입니다. 수중보 방류시간은 19일 오전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입니다.

세종보와 공주보는 초당 3백톤씩 내려 보내고, 하류에 있는 백제보는 초당 6백톤의 강물을 빼냈습니다. 올들어 수중보 문을 연 것은 지난 9일 이후 벌써 네 번째입니다. 녹조 농도가 짙은 곳에는 물 순환 장치인 수차를 돌리고, 조류제거 선박도 투입해 하루 400kg~700kg의 녹조를 걷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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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규 환경부장관은 지난13일 녹조에 신음하는 금강, 낙동강 대신 한강상류 팔당호를 찾았습니다. 수도권 시민들의 젖줄이란 중요성은 알지만 녹조의 심각성을 직접 보고 항구적 대책을 세우기 위한 현장행정과는 거리먼 일정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 팔당호 녹조는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4대강 가운데 한강을 제외하고, 금강과 낙동강, 영산강에는 녹조확산에 따른 수질예보가 발령돼 있습니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수중보가 생긴 뒤부터 매년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년 전 금강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습니다. 유해독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수중보로 인해 강물의 흐름이 느려져 호수나 저수지 같은 고인물에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금강에 집단으로 출현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녹조역시 정체 수역에서 급속히 확산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수중보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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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수중보 개방은 녹조가 심각해지기 전부터 환경단체와 언론이 지속적으로 주장했습니다. 물 흐름을 빠르게 해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책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금강의 녹조가 심상치 않자 환경부는 오는24일 중부권 식수원이자 금강 상류에 있는 대청댐의 수문까지 열기로 했습니다. 대청댐의 물을 상류에서부터 내려 보내 세종보와 공주보, 백제보를 거쳐 금강하류로 물길을 터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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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은 있지만 물고기의 집단폐사가 일어나기 전에 물길을 열어주기로 해 다행입니다. 1회성 대증요법이어선 곤란합니다. 위기가 오기 전 한발 빠른 대처가 아쉽기도 합니다. 동그란 입을 뻐끔거리며 헉헉대는 숭어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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