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충북 교단에서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임용 이후 2년간 아무 문제 없이 학생들을 가르쳐온 초등학교 교사가 하루 연가를 내더니 며칠째 출근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다른 지역 사법기관에 구속돼 있었다.
임용 전 벌어진 성범죄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뒤늦게 법정구속됐다.
당시 수사기관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어떻게 공무원이 됐는지가 의문으로 떠올랐다.
성범죄는 공무원 임용 결격 사유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그가 유죄 판결 전 임용고시에 합격해 신원조회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성범죄나 아동학대 범죄 전력이 있는 '위험인물'이 걸러지지 않고 교단에 선다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끔찍한 일이다.
각종 법규가 교직원 채용 시 철저한 검증을 규정한 이유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사, 방과후학교 교사, 전일제 강사, 통학버스 기사 등 계약제 교직원을 임용할 때 성범죄 경력조회,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 조회, 공무원 결격사유 조회, 신원조사 등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도교육청 자체감사에서 '단골 메뉴'격으로 적발되는 사안이다.
업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거나 계약제여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수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유·초·중·고교 및 직속기관 20곳을 대상으로 벌인 2월 종합감사(3년치)에서도 7개교에서 계약제 교직원 임용 업무 부적정 사례가 적발됐다.
모 기관은 지난해 수련지도원 10명을 임용하면서 성범죄 및 아동학대 범죄경력 조회, 결격사유 조회를 하지 않았다.
A교는 2013∼2015년 기간제 교원 19명에 대해 신원조회나 신원조사를 하지 않았고, 방과후강사 20명의 경우 성범죄 경력을 확인하지 않았다.
B교는 2013∼2015년 기간제 교원 12명을 임용했지만, 신원조회는 최대 34일, 신원조사는 최대 12일 지연시켰다.
2월 종합감사 이외 사례를 보면 행정 7급 공무원은 지난 2월 모 여행사와 '2015학년도 통학차량 운행 계약'을 했다.
그런데 운전자와 탑승보조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 및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 조회는5개월 26일이나 지난 후에 실시했다.
C교 교감은 2013년 전일제 강사 D씨를 3회 임용하면서 범죄경력 조회를 최초 임용 서류로 대신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의정부, 이천, 평택의 19개 초·중학교가 보육전담사, 조리사, 배식도우미 등 23명의 비정규직 교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성범죄 경력조회를 하지 않은 사실을 지난해 2월 감사에서 적발한 바 있다.
당시 경기도교육청 안팎에서는 도내 25개 교육지원청의 관할 학교를 전수조사하면 성범죄 경력조회를 누락한 사실이 대거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윤홍창 의원은 "학교 현장의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데 가장 기본적인 전과 이력 등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교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업무 태만"이라며 "앞으로 의회 차원에서 깊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계약제 교직원 임용 업무 부적정 행위를 경고나 주의 처분으로만 끝내왔던 교육당국의 안일한 태도에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할 법률 제56조는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의 장은 그 기관에 취업 중이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 중인 자 또는 취업하려 하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려는 자에 대해 성범죄의 경력을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제67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아동복지법도 같은 취지로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이 계약제 교직원을 채용하면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장 등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도교육감이 학교장 등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지휘 소홀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제 식구'를 감쌀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충북도교육청이 칼을 빼 들었다.
도교육청은 최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계약제 교직원 임용 시 구비 서류를 관계기관 등에 요청하지 않거나 구비하지 않아 신분상 처분을 받고 과태료를 납부하는 일이 없도록 업무 처리 및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 달라"고 했다.
앞으로는 유사 사례 적발 시 가차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