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도로를 거꾸로 달려요."
최근 고속도로를 달리던 운전자들이 마주 오는 차량을 가까스로 피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부닥치는 불상사가 빈발하고 있다.
시속 100㎞를 넘나들며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 마주 오는 차량과 만나는 상상만 해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상행선과 하행선 사이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했지만 '고속도로 역주행'은 끊이질 않는다.
고속도로 역주행 운전자의 공통점 중 하나는 '술'이다.
19일 오전 1시께 전북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는 "차가 고속도로에서 거꾸로 달린다"는 내용의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같은 내용의 신고만 모두 6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50분 뒤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 서김제 IC 부근에서 고모(52)씨를 붙잡았다.
동군산 톨게이트로 고속도로에 진입한 고씨는 목포 방향으로 주행하다 급작스럽게 운전대를 꺾었다.
그로부터 고씨는 서김제 IC부터 동군산 IC까지 약 15㎞를 거침없이 역주행했다.
붙잡힌 고씨에게는 심한 술 냄새가 풍겼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112%로 면허 취소 대상이었다.
고씨는 경찰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지도 몰랐고,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다행히 다른 차량과 충돌은 없었지만, 자칫 많은 사상자를 낼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한 혐의로 고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역주행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날인 18일 오전 4시 9분께는 충북 음성군 대소면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대소 IC 인근에서 산타페 차량을 운전하던 김모(35·여)씨가 마주 오는 차량 사이로 '만취 곡예 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김씨를 본 다른 운전자들도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다"며 경찰에 잇따라 신고했다.
경찰은 20여분 뒤인 오전 4시 30분께 중부고속도로 통영 방향 312㎞ 지점에서 김씨 차량을 가까스로 세웠다.
김씨가 역주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운전자들은 김씨 차량을 피하려고 급하게 차선을 바꾸기도 했다 김씨 몸에서도 심한 술 냄새가 났지만, "내비게이션 지시에 따라 유턴을 했다"고 횡설수설하며 음주측정을 거부했다.
충남에서는 만취 역주행 운전자 때문에 황금 같은 설 명절 연휴가 피로 얼룩졌다.
연휴인 지난 2월 7일 오전 1시께 당진∼대전 간 고속도로 대전 방향 화응터널(공주시 유구읍) 인근에서 신모(28)씨가 5㎞가량을 역주행했다.
당진 방향으로 불법 유턴해 질주하던 신씨를 피하다 미니쿠퍼 운전자가 렉스턴 차량을 들이받았기도 했다.
쏘나타 차량도 신씨를 피하려다 도로 우측 가드레일과 충돌했다.
역주행 탓에 황금 같은 연휴를 병원에서 보낸 사람만 모두 5명이었다.
자신 때문에 사고가 났는데도 신씨는 차량을 세우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신씨 역시 어김없이 경찰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 위 무법자라고 불리는 난폭운전보다 무서운 게 만취 역주행"이라며 "대부분 역주행 사고는 판단력 저하와 방향감각 상실을 가져오는 술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음주단속을 강화하는 등 음주 운전자가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을 막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