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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돈으로 메달 따기?…'속 보이는' 국가대표 입양

[리포트+] 돈으로 메달 따기?…'속 보이는' 국가대표 입양
올해 초 한 중년 부부가 19살 중국인 소녀의 입양을 가정법원에 신청했습니다.

입양을 희망한 소녀는 중국 청소년 탁구팀 선수였죠. 부부는 입양신청서에 탁구를 좋아하는 소녀의 꿈을 꼭 살려주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소녀를 한국의 탁구 국가대표로 만들기 위해 입양 후 활동할 실업팀까지 알아놨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가정법원은 부부의 입양 신청을 거절했습니다. 왜 법원은 안타까운 중국 소녀를 돕겠다는 부부의 희망에 고개를 저었을까요?

● “국제 대회 출전 위한 입양은 본말전도”

법원은 부부의 입양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 중국 소녀는 만 18세까지 중국인 친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랐고, 최근에는 중국 명문대에 진학했습니다.

반면, 소녀는 입양을 신청한 한국인 부부와는 아무런 친분이 없었습니다. 소녀가 자신의 국적을 포기하고 그동안 쌓은 사회관계를 버리면서까지 입양돼야 할 이유가 딱히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도 소녀와 한국인 부부가 입양을 통해 ‘천륜’을 맺으려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국내 탁구 실업팀이 중국 유소년 탁구 선수들을 한국 선수로 탈바꿈하기 위한 ‘기획 입양’이었던 것입니다. 외국인 운동선수가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3년 넘게 한국에 살아야 하지만, 입양을 거치면 곧바로 특별 귀화가 되고 대표 선수도 금방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 가정법원 담당 판사 ]
“부부가 중국인 소녀의 탁구 기량과 한국 국적 취득 의지를 들어 입양이 적합하다고 주장하지만 국제대회 출전, 국적 취득을 위해 입양을 한다는 동기는 본말전도로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 점점 늘어나는 귀화 선수

우리나라에는 이미 귀화한 중국인 출신 탁구 선수가 있습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전지희 선수입니다. 2011년 전지희 선수는 “중국에 탁구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어 귀화했다.”라고 귀화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중국에 탁구 선수가 3천만 명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중국 내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느니 외국에 귀화하는 편이 선수 생활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죠.
귀화 현상이 늘면서 올림픽에서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지난 8일 탁구 여자 단식 3라운드에서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벌인 경기였습니다.

경기를 펼친 두 선수는 모두 중국계 귀화 선수였습니다. 심지어 같은 날 펼쳐진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경기 역시 중국계 귀화 선수였습니다. 이처럼 중국 출신의 선수들이 각기 다른 유럽 국가의 국기를 달고 출전한 것이죠.

우리나라도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위해 동계스포츠 종목 선수들의 귀화를 대거 추진 중입니다. 지난 3월 31일 캐나다 출신의 아이스하키 선수 2명과 러시아 출신의 바이애슬론 선수 2명 등이 법무부 승인을 거쳐 한국에 특별 귀화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빙설 종목 ‘루지’에서 독일 선수로 활동하는 에일린 프리쉐의 특별 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리쉐 선수가 귀화한다면 메달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 돈으로 딴 메달 의미 있을까?

오로지 메달을 위해 귀화하자마자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행태에 대해 ‘돈으로 딴 메달’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바레인은 첫 금메달과 첫 은메달을 땄습니다. 여자 3,000m 장애물 결승에서 바레인 루스 제벳 선수가 우승했고, 여자마라톤에서 유니스 키르와 선수가 2등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수상에 대해 일각에선 ‘오일머니’로 메달을 땄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두 선수 모두 케냐에서 바레인으로 귀화한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에루페의 한국 국적 취득 시도도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도핑 이력 때문에 특별귀화 신청이 무산됐지만, 당시 반대 목소리가 컸습니다. 당장 눈앞의 성적에 연연해 귀화를 추진하는 것은 앞으로 종목 발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황영조 /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
“외국 선수 귀화가 계속되면 우리나라 선수 중 누가 마라톤을 하겠습니까? 그냥 좋은 선수들을 뽑아서 데리고 오면 성적을 낼 거 아닙니까?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노력할 이유는 없어지고 맙니다.”

메달을 위한 귀화는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이 올림픽을 앞두고 급하게 귀화한 선수들에게 같은 국민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죠. 설령 그들이 메달을 따더라도 자긍심 고취나 화합과 같은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고 딴 메달을 누가 기쁨으로만 받아들일까요? 경기 결과가 아니라, 선수가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경기를 응원하는 것이 더 큰 기쁨 아닐까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이 남긴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려봅니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기획·구성: 임태우, 김다혜/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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