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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경제] 폭염보다 더 뜨거운 전기요금·담뱃세 폭탄

[차茶경제] 폭염보다 더 뜨거운 전기요금·담뱃세 폭탄
최근에 찜통 더위만큼이나 뜨거운 논쟁거리가 두 가지 있습니다.

전기요금과 담뱃값입니다. 둘의 공통점은 뭘까요? 정부가 사실상 가격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전기요금은 공공요금이고 담뱃값은 세금이 가격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재화로 따지면 독점 가격인 셈이죠.

공통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폭탄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는 겁니다. 전기요금 폭탄, 담뱃세 폭탄 이런 말들입니다.이렇게 폭탄이라는 말이 붙는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의 불만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빗발친 비난 여론은 결국 정부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끌어냈죠. 전기요금과 담뱃값을 둘러싼 폭탄 논쟁,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Q. 전기요금 폭탄 논쟁부터 알아볼까요.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붙는 누진제가 발단인 거죠?
A. 현행 전기 요금은 용도에 따라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용 그리고 산업용, 교육용 등으로 구분해서 차등 적용됩니다. 

그런데 유독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죠. 지난 1974년 제1차 석유파동 때 도입된 제도입니다. 기름값이 비싸서 전기가 부족하니까 가정용에는 비싼 요금을 물려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산업용에는 싼 요금으로 지원을 해준 겁니다.

중간에 내용이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붙는 누진제의 골격은 40여 년간 이어져 왔고 현재의 6단계 누진제는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이 누진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다, 이런 불만이 쏟아졌던 거죠?
A.단순한 누진제 수준이 아니라 징벌적 누진제다, 이런 불만입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런 말이 나올 만합니다. 사용 전력량에 따라 6단계로 요금 체계가 이뤄져 있는데 1단계보다 6단계의 사용요금이 11.7배나 비싸지는 누진제인 겁니다. 사용한 전력량의 요금뿐 아니라 기본요금에도 누진제가 적용됩니다. 1단계 기본요금이 410원인데, 6단계에서는 1만2,940원으로 31.6배입니다.
금액으로 보면 사용량 누진만큼 크진 않지만 배율은 굉장히 높죠. 누진제로 얼마나 전기요금이 뛰는지 예를 들어 따져볼까요.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42킬로와트시로 5만3천 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냅니다. 그런데 여름에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쓰면 요금은 32만천 원, 12시간씩 사용하면 47만8천 원으로 뜁니다. 폭탄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죠.
다른 나라들의 누진제는 어떨까요? 미국은 누진배율이 1.1배, 일본은 1.4배, 타이완이 2.4배니까 우리나라의 11.7배와 비교가 많이 되실 겁니다.
Q. 사실 이 누진제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돼 왔는데 올해는 유달리 심한 폭염이 논란을 더 뜨겁게 달군 거 같아요.
A.연일 40도 가까운 폭염에도 전기요금 폭탄 걱정 때문에 에어컨 사용을 겁내다보니 불만이 폭발한 겁니다. 에어컨이 아니라 현대판 서민굴비다,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나왔겠습니까. 누진제를 폐지하자는 온라인 청원이 이어지고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도 참가 신청자가 줄을 이었습니다.

정치권도 가세를 했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누진제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여당을 압박했습니다. 집단 반발이 어느 해보다 확산됐고 사회공론화로 힘을 얻었습니다.

Q. 결국 정부가 한시적 누진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 건데 내용을 좀 정리해 주시죠.
A. 지난 목요일 긴급 당정회의를 통해서 발표가 됐습니다.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누진제 구간의 폭을 50킬로와트시씩 넓혀주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겁니다. 예컨대 100킬로와트시 사용량까지 적용되는 1단계는 150킬로와트시까지 폭이 확대되고, 2단계도 200킬로와트시에서 250킬로와트시까지 확대되는 방식으로 6단계 전기요금에 모두 적용됩니다.
이렇게 완화되면 전기요금은 가구당 19.4%가량 경감되고 2200만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습니다. 정부는 또 누진제 개편을 위해 전문가 TF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Q.여론에 떼밀려서 정부가 결국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한시적인 조치여서 정부가 현행 누진제를 고수했던 논리는 그대로 남아있는 거 아닙니까?
A. 정부는 당초 부자감세와 전력대란의 우려 때문에 현행 누진제를 개편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었습니다. 이번 한시적 완화 조치에도 그 입장에서 물러선 건 아닙니다. 부자감세는 누진제 개편이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층에게서 요금을 많이 걷어 전력 소비가 많은 사람의 요금을 깎아주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고, 전력 대란은 전기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Q. 하지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죠.
 A. 먼저 부자감세만 놓고 보면 이제는 저소득층은 전기를 적게 쓰고 부유층은 많이 쓴다, 이런 이분법적 구분이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텔레비전, 냉장고 뿐 아니라 정수기, 세탁기, 에어컨까지 이제는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전기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대형가전이 많이 일반화되면서 전력 사용행태가 바뀌었다는 거죠. 또 여유가 있는 1인가구는 전기를 싸게 쓰는 데 반해 가족들이 모여 사는 다인 가구 저소득층은 오히려 전기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인 전력수요 관리 우려에 대해서도 사실은 가정용 전기수요가 전체 전력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워 반박하고 있습니다. 전체 전력 소비량과 비교해서,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13%에 불과합니다. 전기 소비량도 지난 2010년부터 5년 동안 산업용은 40% 급증했지만 가정용은 0.5%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누진제 개편으로 가정용 전기 수요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전력대란까지 올 정도는 아니다, 이런 주장인 겁니다.


Q. 앞으로 TF가 꾸려져 어떻게 논의가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좀 필요할 거 같아요.
A. 이번 누진제 개편 주장은 계속된 폭염 탓에 촉발되긴 했지만 어쨌든 이 과정에서 그동안 누진제에 대해 쌓였던 국민들의 불만이 그대로 표출됐습니다. 정부가 참고해야할 부분들입니다. 먼저 40년 동안 산업발전을 위해 가계만 부담을 견뎌왔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그래야 하느냐, 차별대우에 대한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느낌을 국민들이 갖고 있다는 겁니다. 전기를 싸게 쓸 수 있다 보니 기업들은 절전 설비에 대한 투자에 신경을 안 쓰게 되고 결국 가계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만 지속돼온 거 아니냐, 그런 불만입니다

더욱이 전기요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석유가격이 많이 내려가 있죠. 원가가 내려가는데 전기요금은 왜 계속 폭탄이냐, 이런 의문도 안 생길 수가 없죠.

게다가 한국전력은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원이 넘었고 올 상반기에 이미 6조3천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전기요금 폭탄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한전의 수익잔치를 바라보게 될까요? 정부가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은 국민 건강 차원입니다. 지난 2003년, 폭염으로 프랑스에서만 만9천여 명이, 서유럽 전체에서는 7만 명 넘게 숨졌습니다. 우리도 이런 폭염이 해가 갈수록 더해진다니까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겁니다.

국민안전처가 폭염경보를 내면서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집안이라고 전기요금 폭탄 때문에 에어컨을 모셔두기만 하면 뭐가 다르겠습니까? 이렇게 국민들이 현재의 누진제를 바라보는 불만스러운 시각이 이번에 드러났고,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진 만큼 차제에 전향적인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이번엔 담뱃세 폭탄 논쟁으로 가볼까요? 담뱃세가 오른 지 2년 가까이 됐는데 담뱃세 폭탄 논쟁이 다시 나오고 있어요.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A. 담뱃세를 올리면서 내세웠던 명분과는 달리 금연효과는 낮고 반면에 세수는 더 크게 늘어난 자료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재부 자료를 보면 담뱃값이 오르기 전인 2014년 상반기에 20억 갑의 담배가 반출됐습니다.
그리고 담뱃세가 오르고 난 뒤인 2015년 상반기에는 13억 천만 갑으로 줄었습니다.
효과가 있던 거 같았는데 올 상반기에 다시 17억9천만 갑으로 36%나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하반기에 담배 소비가 느는 추세로 봤을 때 연말까지는 40억 갑이 나갈 거라는 전망입니다. 담뱃세를 올리기 전으로 거의 되돌림 수준이죠. 그런데 담배세수는 지난해에 10조 5천억 원이 걷혀 1년 새 51% 늘어났습니다. 정부의 세수 적자를 메우는 데 효자 역할을 했죠. 올해는 더 늘어나 13조 원 정도의 담배세수가 추정되고 있습니다. 흡연율 감소에 기여 못하고 서민증세만 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겁니다.

Q.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기에 또 불을 지폈죠?
A. 담뱃세 인상 때 국민과 약속했던 금연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담뱃세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될 수 있다. 김종인 대표가 이렇게 얘기했죠. 그래서 담뱃세 문제도 이번 국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될 거 같습니다. 야당이 담뱃세 인상에 대한 비판을 지렛대 삼아 대기업,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어쨌든 담뱃세를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이라고 썼는데 국민들은 서민증세라고 읽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정책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시각이 많이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논설위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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