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연말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위법행위에도 '제재 공소시효'가 도입된다.
발생한 지 5년 이상이 지난 위법행위는 뒤늦게 발견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은행법에 이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도 제재 공소 시효제를 반영해 입법 예고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 17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10월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재 공소시효제는 금융권이 도입을 요청한 사안이다.
오래전엔 관행처럼 했던 일을 현재 시점에서 제재하는 일이 생겨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겪고, 그러다 보니 업무를 보수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보신주의 타파를 강조했던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제재 공소시효제를 금융사들이 내규에 반영하도록 행정지도를 먼저 한 뒤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법을 개정해 제도를 도입하려면 시간이 적잖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입법 예고를 통해 "금융회사 임직원이 아주 오래된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받을 가능성에 노출돼 보수적 행태가 심화되는 문제를 개선하고, 감독 당국도 오래된 행위의 위법성·부당성 입증에 역량을 쏟는 비효율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재 공소시효제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단, 금융사 직원이 공소시효가 5년 이상인 형벌조항을 위반했을 때는 제재 시효를 적용받지 못한다.
또 감사, 수사, 소송 등으로 징계가 보류될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한 증권사 부장급 직원은 "그간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납작 엎드려 있으면 징계를 받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징계받을 일이 생겼던 게 사실"이라며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소시효제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소시효제 도입으로 금융사 직원들의 과오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직원이 고객 돈 20억원을 포함해 모두 50억원 규모의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그는 과거 두 차례 사고를 일으켜 회사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고객이 위탁매매한 돈 수십억원을 활용해 임의로 주식을 사고팔다가 20억원가량 손실을 낸 전력이 있었다.
옵션 투자를 해주겠다면서 고객 돈 4억여원을 다른 증권사 계좌로 받아 몰래 굴리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제재 공소시효는 잘 운영하면 좋은 제도가 되겠지만, 이로 인해 공격적 영업이 누적되면 부실이 생길 수 있다"며 "부동산 담보대출 등으로 영업 실적을 부풀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는데도 문제 없이 승진이 되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직원의 어떤 위반 행위에 공소시효제를 인정할 지 기준을 더 명확히 한 뒤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