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전 종목 석권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최정예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여기에 대한양궁협회의 세심한 지원, 그리고 협회 회장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통 큰 지원이 합쳐진 결과였다.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고 불리는 리우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최종 명단에 들기 위해 선수들은 수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지난해 9월 시작된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는 남녀 각각 130여 명이 태극마크의 꿈을 안고 참가했다.
이후 약 8개월간 국가대표 1~3차 선발전을 통해 남녀 각 8명을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1~2차 평가전을 치러 최종 남녀 각 3명씩을 뽑았다.
리우올림픽 2관왕을 이룬 장혜진(LH)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등 지난해 국제대회에 대표로 나섰던 강채영(경희대)과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태극마크를 땄을 정도였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는 "선발과정의 핵심은 공정성"이라면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누가 쏘든 잘 쏘는 선수가 국가대표에 선발되도록 했다. 실전에 대비해 한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까지 평가에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김우진(청주시청)-구본찬(현대제철)-이승윤(코오롱엑스텐보이즈), 장혜진(LH)-기보배(광주시청)-최미선(광주여대) 등 남녀 각 3명의 선수들은 이후 태릉선수촌에 입촌, '올림픽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양궁협회는 이번 올림픽부터 단체전에도 세트제가 도입된 것을 감안해 4년 전보다 일찍 최종 선수 3명을 확정했고, 단체전에서 활을 쏘는 순서도 미리 정해 올림픽 전 두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실전감각을 쌓았다.
4년 전 런던올림픽부터 리우 대회를 염두에 두고 준비에 들어간 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 리우 올림픽 양궁장인 삼보드로무 경기장의 환경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든 '모의 삼보드로무'를 설치했다.
카니발 행렬이 지나가는 시멘트 도로 위에 단을 높여 사대를 만든 삼보드로무 경기장과 같았던 태릉선수촌 모의 경기장은 선수들이 시각적으로 실전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됐다.
야구장에서 소음과 조명에 대비해 훈련했고 번지점프, 혹한기 행군, 최전방 철책 근무 등도 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과 협력해 올림픽 무대에서의 중압감을 이겨내기 위한 뇌파 훈련, 심리상담 등 멘탈훈련도 했고, 선수들이 활을 잡을 때 사용하는 그립을 맞춤 제작하는 등 장비 면에서도 심혈을 기울였다.
리우올림픽 과정에서도 지원은 이어졌다.
선수들의 생체리듬을 감안해 출국 일정을 정했고, 선수들에게 비즈니스석 항공편을 제공해 편안한 환경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장이 숙소와 35㎞나 떨어진 점을 감안, 경기장 인근에 휴게실을 마련해 선수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지원이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32년간 양궁을 후원해온 현대차그룹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협회의 지원은 현대차그룹의 재정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지원액수는 현재까지 360억~400억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 남자양궁에서 한국의 경쟁상대로 꼽혔던 미국의 이기식 감독은 여자 단체전을 지켜본 뒤 "한국을 발끝도 못 따라간다"면서 "아이들 팔 비트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궁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소 2024년 올림픽까지는 한국을 이길 팀이 없을 것"이라면서 "시스템이나 현대차그룹의 뒷받침이 대단하다. 그렇게 지원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고 인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