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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인데"…폭염에 누렇게 짓무른 사과에 '망연자실'

불볕더위에 일소 피해·당도 떨어져 상품성 떨어져<br>과수 농민들 "제 값 못 받고 처분해야 할 판" 한숨

"폭염으로 사과 상품성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추석에 제값을 받고 판매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0 지난 11일 오후 청주시 서원 미원면에서 만난 사과 재배농 윤중근(33)씨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

대목인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폭염으로 수확철을 앞둔 사과의 상품성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선물용으로 출하해야 목 돈을 만질 수 있는데 이대로라면 제값을 받을 사과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불볕더위에 몸이 달아 과수원을 누비면서도 그는 허탈한 듯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불볕더위로 인한 대표적인 과일 피해가 일소현상이다.

햇볕 데임이라고도 불리는 이 피해는 과실이 32도 이상 고온이 지속한 상태에서 강한 광선에 그대로 노출되면 나타난다.

일종의 화상이다.

윤씨의 밭에도 껍질이 누렇게 변한 데다 크기가 작은 사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는 슬쩍 눌러도 맥 없이 물컹하게 들어가는 짓무름 현상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밤까지 계속되는 불볕더위는 사과의 당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밤과 낮의 일교차가 커야 과일의 당도가 높아진다.

광합성 작용을 통해 충분한 영양을 축적하면 그만큼 맛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열대야가 계속된 탓에 당도가 기대할 만한 수준이 안 되고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처지가 아닌 윤씨는 수확을 목전에 둔 사과의 기력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일소 피해를 줄이기 위해 햇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탄산칼슘 희석액도 살포하고, 쉴새 없이 물을 뿌려 더위를 식힌다.

가지가 늘어지지 않도록 버팀목도 해주면서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수그러들줄 모르는 불볕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

윤씨는 "온종일 과수원에 매달려 일했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니 하늘이 원망스러울뿐"이라며 "폭염이 계속되면 생산량이 줄어들고, 제값에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보다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윤씨는 우려하고 있다.

윤씨는 "지난해 사과 40∼50개가 든 박스 1천200개를 생산했고 이 가운데 추석 선물용으로 400개 정도 만들었는데 올해는 훨씬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4천여 농가가 3천877ha의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상품 가치가 떨어진 사과는 절반 값에 내다 팔아야 할 처지라 농민들은 폭염이 하루속히 지나가기만 고대하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 서기원 지도사는 "추석에 대비해 미리 잎을 따거나 봉지를 벗겨냈다가 뜨거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과수가 일소피해를 많이 봤다"며 "예년보다 폭염이 길어지면서 사과 생산도 타격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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