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참인 오영란(44·인천시청)이 한국 핸드볼을 구해냈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푸투루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네덜란드와 32-32, 무승부를 기록했다.
극적인 승부였다.
경기 종료와 함께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에 7m 스로를 허용했다.
핸드볼에서 7m 스로는 축구의 페널티킥처럼 골대 7m 지점에서 슈터가 수비수 방해 없이 골키퍼가 지키는 골문을 향해 슛을 던지는 것이다.
이때 점수는 32-32 동점이었고 경기 시간은 모두 지난 상황이었다.
네덜란드의 7m 스로가 들어가면 네덜란드가 1점 차로 이기고, 실패하면 무승부였다.
이미 조별리그에서 2패를 당하고 있던 한국으로서는 이날 경기도 질 경우 사실상 8강 진출이 어려워지는 위기였다.
이때 한국 골키퍼가 바로 오영란이었다.
오영란은 네덜란드의 슈터 로이스 아빙의 슛을 극적으로 막아냈고 경기는 그대로 무승부로 끝났다.
선수들은 모두 코트 위에서 오영란을 중심으로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온 이후 2연패를 당한 데다 주포 김온아(SK)의 부상까지 겹치는 등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던 여자핸드볼 선수단에 모처럼의 경사였다.
오영란은 경기를 마친 뒤 "영상 분석을 통해 상대 선수의 슛 방향을 예감하고 있었다"며 "막을 자신이 있었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돌아봤다.
그는 "2패를 당해 선수들이 다급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선수들이 여기서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각오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대견해 했다.
막내 유소정(20)과는 무려 24살 차이가 나는 오영란은 "오늘은 내가 후배들을 이끈 것보다 후배들이 '언니, 힘내라'고 먼저 화이팅을 외쳐줘서 내가 많이 의지했다"고 후배 선수들에게 무승부의 공을 돌렸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해병대 훈련까지 소화한 오영란은 "힘들게 준비한 만큼 여기서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남은 프랑스, 아르헨티나와 경기도 최선을 다해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임영철 감독은 "러시아와 1차전에서 이길 경기를 갑자기 난조에 빠지면서 놓쳐 2차전에서도 영향을 받았다"며 "거기에 김온아 부상까지 겹치면서 설상가상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임 감독은 "유럽 스타일인 힘의 핸드볼이 득세하면서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4차전 상대인 프랑스도 네덜란드와 비슷한 전력이라고 보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