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치안 부재로 언론인조차 접근이 어려운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주도 퀘타가 폭탄 테러로 지역의 중견 변호사들을 거의 모두 잃으면서 '무법'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정치인들 상당수가 부패했고 수년간 현지 기자 수십 명이 납치됐으며 외국 기자들은 발을 붙이기도 어려운 발루치스탄 주에서 지난 8일 발생한 테러로 법치 최후의 보루였던 변호사 60명가량이 사망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 지역은 그동안 시아파 주민을 노린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의 폭탄 테러가 자주 일어났던 곳이다.
이번에 변호사 피해가 특히 컸던 것은 테러 당일 발루치스탄 주 변호사협회의 빌랄 안와르 카시 회장이 출근 도중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기에 지역 변호사들이 일제히 조문을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 자폭테러범이 병원에서 폭탄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그보다 1주일 전에도 변호사 1명이 총에 맞아 숨졌고 6월에는 지역 법대 학장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파키스탄 변호사협회는 9일 테러에 항의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려 법정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발루치스탄 주에는 협회의 조처에 부응해 활동을 중단할 변호사가 얼마 남아 있지도 않은 상황이 됐다.
변호사 한 세대가 통째로 사라져버렸기에 이 지역 법조계가 정상화하려면 몇 년의 세월이 걸릴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생존자인 지역 변호사 바르쿠르다르 칸은 애끊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그는 "오늘 개업 변호사, 법정 변호사들이 모두 사망했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지만 이제 일자리를 잃게 된 젊은 변호사도 수백 명이 됐다. 사망자 대부분이 (법) 교육을 받은 1세대였다"고 애도했다.
칸은 이어 "현장의 참혹함과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깨가 구부러진 아버지들, 등골이 휜 형제들, 누구를 잃어버렸는지 멋모르고 뛰노는 아이들…"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적었다.
그는 "나를 집까지 데려다준 적이 있었던 변호사 중 단 1명을 빼고 모두 숨졌으며 그 1명도 위독한 상태라 카라치로 이송됐다"며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고도 썼다.
이번 테러 직후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분파인 '자마트-울-아흐라르'는 각각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발루치스탄 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IS의 공격이 늘어났고 최근 IS가 동남아로 세를 넓히려 시도하고 있는 터라 IS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지만, 탈레반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파키스탄 수사당국은 배후를 당장 가려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폭테러에 중견 변호사 모두 사망…법치 마비된 파키스탄 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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