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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창문도 못 열고 살았다" 철거공사 피해 호소

"폭염에 창문도 못 열고 지냈습니다. 덥고 불편한 건 둘째 치고 이제는 집이 무너지기라도 할까 봐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광주 서구 농성동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 옛 사옥 철거현장 인근 주택에 사는 이모(37)씨는 10일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씨 가족은 지난 6월 6일 기존 건물을 허무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 두 달여 간 분진, 소음, 진동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철근이 삐져나온 콘크리트 덩어리와 각종 자재가 뒤섞인 철거현장에는 안전 펜스도 부족했다고 이씨는 강조했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이씨 아버지는 처음에는 '공사라는 게 원래 그렇다'며 아내와 자식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기존 건물 지상층이 모두 철거되고 곳곳에 균열이 발생한 주택 외관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이씨 가족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벽돌로 지은 2층 규모의 주택에서는 장판 아래 구들장과 화장실 내벽, 옥상 바닥 등 집 안팎에서 공사 시작 전에는 없었던 균열이 발생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한 달여 전 이씨 집 2층에 들어온 세입자는 다른 곳으로 갈 테니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이사비까지 청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균열 피해는 이씨 집뿐만 아니라 주변 건물들에서도 발견됐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이씨 옆집은 담장에 균열이 생기는 피해를 보았고, 새로 지은 4층 규모 원룸 건물도 외벽이 갈라졌다.

건강관리협회는 3천846㎡ 부지에 연면적 1만6천153㎡,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의 사옥을 짓기 위해 기존 건물 철거를 발주했고, 공사는 도급 업체가 맡고 있다.

이씨 가족은 건강관리협회와 철거 업체에 피해 복구를 요구하며 공사현장 중장비 투입을 지난 사흘간 몸으로 막았고, 결국 이날 업무방해 협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건강관리협회는 공사를 맡은 외부 업체에 책임을 떠넘겼고, 철거 업체 측은 최저금액으로 입찰하다 보니 보상비가 따로 없다며 이씨 가족에게 되려 읍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철거 업체는 공사를 앞두고 인근 주민에게 동의를 요청하는 절차를 생략한 사실을 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콘크리트로 뭉쳐있는 기초 일부만 걷어내면 철거 공사가 끝나는 상황이라 업체가 '나 몰라라' 발 빼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건강관리협회와 공사 업체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관계자 부재 등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담당 구청인 광주 서구 관계자는 "주택을 지은 지 20년이 넘었다. 공사로 인 균열인지 자연 발생한 균열인지 규명하기 어렵다"며 "행정기관이 중재해서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당사자 답변이 없는 데다 양측이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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