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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가 보부상?" 윤 의사 유적 '오류투성이'

보부상 기념관 자리하고 어록탑엔 후원자 이름만 가득

"윤봉길 의사가 보부상?" 윤 의사 유적 '오류투성이'
▲ 병풍형태로 제작된 윤봉길 의사 어록탑. 어록마다 아랫부분에 후원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헌 윤봉길 의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윤 의사의 고향 충남 예산에 조성한 유적지에 엉뚱한 건물이 들어서 있는가 하면 곳곳에서 틀린 글자가 발견되는 등 오류가 적지 않아 개선이 요구된다.

10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1972년 상하이 의거와 순국 정신을 기리기 위해 윤 의사가 태어난 집(광현당)과 성장한 집(저한당)을 비롯해 농촌운동 등을 펼친 고향 일대를 사적 제229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이곳에 기념탑을 세우고, 윤 의사의 영정을 봉안한 사당인 충의사를 세웠다.

문제는 윤 의사의 어록을 교육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운 어록탑이다.

월진회가 및 월진회 금언 사항을 적은 주탑과 어록 7개를 병풍 형태로 설치한 병풍 어록 등으로 구성된 어록탑에 윤 의사의 이름은 없고 후원인들의 이름만 있기 때문이다.

월진회는 윤 의사가 중국으로 망명하기 전 농촌 발전을 위해 세운 민간단체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탑에 설치된 월진회가 아랫부분에는 당시 충남지사의 이름이, 월진회 금언 아랫부분에는 당시 예산군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병풍 형태로 주탑을 감싸고 있는 윤 의사 어록비 7개에서도 후원인의 이름만 있을 뿐 윤 의사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자칫 윤 의사의 어록이 아니라 후원인 어록으로 착각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표기가 틀린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조탑에 새겨진 윤 의사가 15세 때 쓴 것으로 알려진 학습관 7언절구 원문에서는 '晴(갤 청)'을 '淸(맑을 청)'으로 잘못 표기했다.

윤 의사 친조카인 윤주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부회장은 "후원인의 명단은 탑의 뒤쪽에 새겨 놓으면 되는데, 어록 밑에 후원인의 이름을 새겨 놓으니 마치 후원인의 어록처럼 느껴진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어록탑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적지 한편에 조성된 보부상 유물 전시관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1984년 유적지 한편에 충의관을 세우고 나라사랑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부에 윤 의사의 삶을 그린 그림 11점을 전시했다.

독지가 11명이 200만원씩 부담해 그림을 마련했다는 게 기념사업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몇 년 뒤 뚜렷한 이유없이 충의관 현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보부상 유품 전시관이 들어섰다.

현재 이곳에는 보부상의 역혁과 활동사항을 알리는 각종 그림과 전시물들이 전시돼 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충의관을 세워 윤의사의 농촌 계몽운동과 4·29의거 장면을 그림으로 나타낸 11경도를 전시해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윤봉길 의사의 나라 사랑 정신을 배우기 위해 유적지를 찾은 학생들이 윤 의사를 보부상 대장쯤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문화재청과 예산군에 여러 차례 윤 의사 유적지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예산군 관광 시설사업소 관계자는 "보부상 유품 전시관은 내년 12월 완공되는 내포 보부상촌이 완공되는 대로 이전하겠다"며 "어록탑의 후원인 문구 문제는 어록탑을 설치한 월진회 관계자 및 후원인들과 협의해 개선하는 쪽으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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