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열리는 전날 집에서 잠을 자는데 금빛 찬란한 불상이 다가오는 꿈을 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했어요. 스코어가 뒤지고 있는 순간에도 상영이가 역전하리라 생각했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펜싱 박상영(21·한국체대) 선수 어머니 최명선(51·경남 진주시)씨는 10일 아들의 금빛 승전보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아들이 결승 경기를 벌이던 시각 그녀는 진주 인근 사찰에서 평소 친분이 깊은 스님과 함께 TV를 지켜보며 응원했다.
그는 스코어가 9대 12로 뒤질 때는 은메달에 머무나 싶었지만, 역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금빛 불상 꿈에 앞서 지난 일주일 내내 가족, 친지들과 함께 집에서 잔치를 여는 꿈도 꿨는데 이것이 개꿈이 아닐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도 스코어는 더 불리하게 몰려 10대 14까지 갔다.
하지만 상대 선수 스코어는 거기서 멈췄고, 기적 같은 역전극이 시작됐다.
아주 불리한 스코어였지만 그 순간 상영이가 흔들리지 않고 이기리란 확신이 왔다고 그는 밝혔다.
특히 TV속에서 경기 중 상영이의 왼손 포즈가 평소보다 높아 이런 확신이 더 강했다고 했다.
평소 상영이 동료들이 '상영이 왼손이 높으면 반드시 이긴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올림픽 경기장에 직접 가서 응원하고 싶다고 하자 상영이가 '부모님이 경기장에 오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오히려 경기를 망칠 수 있다'며 오지 말라고 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에는 가지 못했지만, 상영이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기(氣)를 전하고 싶어 전국 사찰을 돌며 108배를 했다.
결승전이 열린 이날도 사찰에서 응원을 했다.
그는 진주 제일중학교 1학년 때 현희 코치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한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10개년 계획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고등학교 때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는 것,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확보, 리오 올림픽 금메달 확보 등이었다.
그는 아들이 이런 꿈을 하나씩 이루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칭찬했다.
박 선수는 중학교 때부터 매일 '일지'를 기록하며 하루하루를 반성하고 훈련을 분석하며 세계 정상급 실력을 쌓았다.
2012년 9월 일지에는 '오늘 오전에는 코샘께 레슨을 받았는데 팡트를 쏠 때, 착지 될 때 버티고 끊어줘야 하는데 계속 버티지 못하고 쭉 밀어줘서 그다음 동작을 취하지 못하였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내용의 일지는 자그마치 10여 권에 이른다.
최 씨는 "펜싱 입문 당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비싼 장비를 제대로 사주지 못하고 기도 외엔 도움을 주지 못해 늘 미안했다"라며 "지난해 경기 때 연골판 파열 등 큰 상처를 입었을 때 너무 슬퍼 큰 소리로 울었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금메달을 딴 뒤 전화가 왔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어제 전화가 왔다"며 "결승에 진출했고 꼭 금메달을 따서 가겠다고 약속하더라"고 전했다.
박 선수 형 상훈(24) 씨는 "상영이는 동생이지만 배울 좀이 많고 멋진 녀석"이라며 "오는 14일 예정된 단체전에서도 꼭 금메달을 따 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아버지 박정섭(54)씨는 이날 새벽 큰아들과 함께 진주 자택에서 아들을 응원하고 나서 흡족한 표정으로 사업장이 있는 경북 경주로 떠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