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에는 3만 6천여 관공서 입구마다 마리안느라고 하는 이런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 정신과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여성상으로 화가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나온 여성의 이미지를 토대로 만들었다는데요, 지난주부터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있는 이 마리안느 동상이 새 단장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프랑스에 잇따른 사회적 아픔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입니다. 홍지영 기자가 취재파일에 남겼습니다.
파리 시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동상 주변을 둘러싼 시든 꽃과 양초들을 치우고 물총을 쏘며 제단에 쓰여진 낙서를 제거했습니다.
이곳은 지난해 1월 풍자잡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촛불 집회가 열린 데 이어 지난해 11월 바타클랑 극장 테러로 130여 명이 숨졌을 때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고 얼마 전 니스 트럭 테러까지 터지면서 다시 한 번 추모 행사의 거점이 됐기 때문입니다.
추모의 분위기 속에서도 인근 야외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며 일상을 계속함으로써 테러에 저항하던 프랑스인들이 이제는 청소를 통해 슬픔을 씻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고자 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상처를 완전히 없애는 건 아닙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이미 몇 달 저부터 당국은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물건과 적어놓은 글귀들을 촬영해 두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그대로 놔두자는 쪽과 제거하자는 쪽, 찬반이 분분했습니다. 교훈으로 영원히 간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반면, 프랑스의 상징이 너무 더러워졌다며 이젠 다시 태어날 때라는 의견도 있었던 겁니다.
특히, 추모객들이 되려 공격을 받거나 소매치기를 당하는 일도 종종 있었던 터라 정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크리스틴/제네바 주민 : (정리가) 한 편으론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우리 모두가 보고 겪은 일을 정리하는 겁니다. 촬영해 보관한다고 들었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간직한다는 건 좋은 거니까요.]
지난 5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 사건 이후 추모의 물결이 거세게 일었는데요, 서울시는 두 달여에 걸쳐 역사에 빼곡히 붙어 있던 포스트잇을 수거해 일일이 사진을 찍고 전산 입력까지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강남역뿐 아니라 서울 시청과 이화여대, 경희대 등지에 붙어 있던 것까지 합치면 포스트잇의 개수만 2만 4천여 개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파리와 서울 모두 이제 이 수많은 추모의 목소리를 분석해 이민자 문제든 성별의 문제든,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어떻게 원만히 해결할 것인지 그 해법을 찾는 게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 [칼럼] 파리와 강남역…사회적 슬픔을 정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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