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건 박상영(21·한국체대)이 왼쪽 무릎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얘가 잘 버텨줬어요.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박상영은 우리 시간으로 오늘(10일) 새벽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남자 펜싱 에페 개인 결승전에서 제자 임레(42·헝가리)에 극적인 15-14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손에 넣었습니다.
대회 자체가 '역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세계 랭킹 21위인 그는 강호들을 차례대로 꺾었습니다.
결승에서도 세계랭킹 3위 임레에 10-14로 뒤지다 5점을 내리 얻어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습니다.
박상영은 "10-14로 몰렸을 때 '나 자신에게 '지금 너무 급해. 침착하게 수비부터 신경 써'라고 했다"며 "수비를 신경 쓰면서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올 때 틈을 노렸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떠올렸습니다.
지난해 3월로 시계를 돌리면 '박상영의 역전 드라마'는 더 화려해집니다.
박상영은 지난해 3월 왼쪽 무릎 십자인대수술을 받았습니다.
그해 12월부터 다시 펜싱 훈련을 시작한 그는 올해 초 부상 후 처음 국내 무대를 치렀고 허무하게 패했습니다.
그때 그의 귀에 "박상영은 이제 끝났다"라는 말까지 들렸습니다.
박상영은 "펜싱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그 전에서 몇 번 있었지만,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박상영이 끝났다'는 말을 했을 때는 정말 자괴감이 들었다"고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박상영은 펜싱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펜싱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 나는 칭찬을 거의 듣지 못하는 아이였다"며 "펜싱을 시작하고 나서 많은 칭찬을 들었다"고 '펜싱과의 운명'을 설명했습니다.
올림픽이란 꿈의 무대도 박상영에게 힘을 줬습니다.
박상영은 "꿈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을 세 번은 땄다"고 웃으며 "선수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에 더 힘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무릎은 계속 아팠습니다.
박상영은 "최근까지도 무릎 재활 훈련을 거르면 바로 신호가 왔다. 하체 훈련이 지나치게 많으면 다리가 붓곤 했다"고 털어놓으며 다시 한 번 "가장 고마운 건, 내 무릎이다. 정말 중요할 때 잘 버텨줬다"고 웃었습니다.
물론 가장 고마운 사람은 부모님입니다. 박상영은 "살면서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린 게 손에 꼽을 정도인데…"라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부모님,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크게 외쳤습니다.
그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상영은 15일 에페 단체전에 나섭니다.
박상영은 "정진선 선배 등 형들이 오늘 경기 내내 자기 일처럼 나를 응원하고 도와주셨다"며 "저, 이번 올림픽에 '단체전 금'노리고 왔어요"라고 두 번째 금메달을 예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