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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혈관 면역학자, 정철호를 기억하며'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 한국인 과학자 부고 기사 게재

'젊은 혈관 면역학자, 정철호를 기억하며'
▲ 생전의 정철호 캐나다 맥길대 교수(왼쪽)의 모습.

'젊은 혈관 면역학자, 정철호를 기억하며'.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는 고인이 된 한국인 과학자 정철호 캐나다 맥길대 교수(42)의 이름이 실린 2쪽짜리 부고 기사가 나왔다.

국제학술지에서 한국인 과학자의 부고 기사를 쓴 것은 이례적이다.

셀 메타볼리즘에 따르면 정철호 교수는 2012년 처음 실험실을 열었고, 면역학과 심혈관학을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4월 말 그는 논문이 셀 메타볼리즘 5월호에 게재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정 교수가 연구책임자가 된 뒤 처음 내는 논문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pDC)가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는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동맥경화는 고혈압과 심근경색 등의 원인으로 지목돼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면역세포 중에서도 주로 대식세포와 림프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런 중에 정 교수가 최초로 또 다른 면역세포인 수지상세포가 동맥경화에 관여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기사에서는 이에 대해 "pDC는 동맥에 존재하는 면역세포 중 0.05%를 차지한다"며 "pDC의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는 동맥경화에서 pDC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기 위해 연구의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구내용이 기존 연구 내용과 달랐던터라 정 교수는 더 정확하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의 내용은 5월 15일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논문이 나오기 전인 4월 24일 정 교수는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세상을 떠났다.

그간 그가 밤낮으로 연구에 매달린 터라 과로가 원인이라는 것이 주변의 추정이다.

기사에서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표현을 볼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졸업하는 학생들의 심사를 논하기 위해, 혹은 연구비나 논문 작성을 위해 그의 죽음 이전 몇주 전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197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2003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원래 유전자변형쥐에 대한 연구를 했던 그는 한 학회에서 수지상세포 연구자인 랄프 스타인먼 미국 록펠러대 교수(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만났고 수지상세포에 매료돼 미국으로 가 스타인먼 교수가 임종을 맞을 까지 함께 연구했다.

평소 '스타인먼 교수의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자'는 것이 그의 신조일 정도로 그는 스타인먼 교수를 따랐다고 한다.

한편 니크라 에만부커스 셀 메타볼리즘 편집장은 글을 통해 "정철호 교수의 헌신, 열정 그리고 열의에 헌사를 바친다. 그와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그의 상실을 깊이 느낀다. 우리의 추모가 그의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연합뉴스/사진=셀 메타볼리즘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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