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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먹은 후 탈모된 아기…배상금은 300만 원

<앵커>

이제 막 태어난 지 27개월 된 남자아이입니다. 그런데 머리카락은 물론 눈썹까지 완전히 탈모가 됐습니다. 마치 항암 치료로 생긴 후유증으로 보일 정도인데, 하지만 이 아기는 한 대형 한의원에서 지어준 한약을 먹고 나서부터 이런 탈모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약 때문에 탈모가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우연히 시기가 겹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당시 18개월 된 장 모 군의 사진입니다.

귀를 덮을 정도로 길게 내려온 머리가 숱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랬던 장 군의 최근 모습입니다.

윤기 나던 검은 머리가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눈썹도 사라졌고, 심지어 속눈썹까지도 한 올도 남지 않고 탈모가 됐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지난해 11월 말 장 군의 엄마는 아이가 밤에 깊이 잠을 자지 못하자 소아 전문 대형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탈모 피해 아이 엄마 : (한의원에서) 녹용을 먹어야겠대요, 면역력 향상을 위해서. 그런데 우리 아이는 녹용을 먹기 전에 몸속 열을 빼는 약을 먼저 또 먹어야 된대요.]

열을 빼준다는 한약은 도적강기탕. 그런데, 이 한약을 먹기 시작하고 3일 뒤부터 머리카락이 마구 빠지기 시작하더니, 복용 1주일이 되자 한 올도 남지 않게 돼버렸습니다.

[탈모 피해 아이 엄마 : 그냥 바람만 불어도 머리가 빠졌고요, 걸어만 다녀도 빠졌어요.] 

곧바로 한약 복용을 중단하고 대학병원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진단 결과는 전신에 걸쳐 나타난 원형탈모에 회복확률 10%.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모근 세포를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한 대학병원은 아이의 탈모 원인으로 약물복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모의 항의를 받은 한의원 측은 자신들이 손해배상에 가입해있는 보험사에 조사를 맡겼습니다.

보험사의 결론은 한의원의 처방에 과실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탈모가 진행된 것으로 인정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배상금으로는 겨우 200에서 300만 원을 책정했습니다.

해당 한의원은 보험사 조사결과가 잘못됐다며, 탈모의 원인이 한약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34주 미숙아로 태어난 장 군이 평소 기관지염 등을 자주 앓아왔으며, 한약을 복용하기 3주 전에도 장염으로 입원한 기록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약이 탈모를 일으켰다는 분석결과는 어디에도 없다며, 장 군의 개인 건강상태나 이전에 먹었던 다른 양약이 탈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장 군을 신생아 때부터 봐 온 전문의는 한약을 먹기 전까진 아이는 정상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은호선/신촌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교수 : 평소에 (주기적으로) 투여했던 약도 없었고, 뭘 조심하라고 얘기한 적도 없고, 일반적인 건강한 아기였습니다.]

해당 한의원이 제대로 진단을 했는지, 탕약 관리엔 이상이 없었는지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편집 : 유미라, VJ : 김준호·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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