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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폭염보다 무서운 폭탄 전기세…11.7배

[마부작침] 오늘의 숫자

등 뒤로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 리모컨을 든 손이 떨립니다. "틀까 말까" 작동 버튼 위에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다시 리모컨을 내려놓습니다. 감당 못할 전기세로, 에어컨 틀기가 겁나는 사람들, 틀어놓고도 전기세 생각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민없이 틀었다간 자칫 한 달 전기세가 20만 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됩니다. 사용량에 따라 1kwh당 적용 요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모두 6단계로 나눠져 있습니다. 1단계(0~100kwh)는 1kwh당 60.7원인데, 6단계(501kwh 이상)의 경우 700.9원으로 1단계와 6단계차가 11.7배입니다.

반면, 일반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은 각각 kwh당 105.7원, 81원으로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정용 전기요금만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입니다. 유독 가정용 요금만 이런 구조를 가지게 된 건 산업화의 영향이 큽니다. 과거 전기가 부족할 당시 시민들이 전기를 아껴써서 남은 전기를 산업용으로 쓰자는 이유에섭니다. 가정용 누진제는 시민들의 전기 사용량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겁니다.

그러나 라이프 스타일부터 산업구조 등 사회 상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반 시민들에게만 이런 희생 아닌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커지면서 요금체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누진제 개선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2014년 동안 가정용 전력소비는 0.5% 늘어난데 비해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4.0%로 8배 넘는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해외에서도 누진제가 적용 국가는 많지만, 우리나라와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타이완은 5단계로 나눠져 있지만 1단계와 5단계 차이는 2.4배, 미국은 2단계로 1.1배, 일본 3단계(1.4배), 중국은 3단계(1.5배), 인도도 3단계(1.7배)로 최저 최저구간의 요금차는 크지 않습니다.

시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징벌적 요금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현행 가정 전기요금 제도. 시민들은 한국전력을 상대로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공정성을 상실한 요금제를 적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회에서도 개정 법안을 발의하는 등 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누진 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배율도 2배까지 낮추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회의적인 입장이라 요금제 개선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합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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