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이열치열…" 역대급 폭염에 피서법도 각양각색

연일 낮 최고 기온이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미친' 날씨 때문에 공사 현장에서 철거 작업을 하는 김모(31)씨는 요즘 출근할 때 꼭 옷을 두 벌 이상 챙겨갑니다.

야외 공사 현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등 몸을 쓰는 일을 하면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옷은 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김 씨는 "일하면서 마시는 물만 1.5ℓ 5병 정도에 달한다"며 "점심 이후부터 오후 2시까지는 너무나 더워 될 수 있으면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8일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

올해 여름 무더위는 기록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이후 서울에는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모두 열대야가 발생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을 말한다.

밤에도 이렇게 더우니 낮은 말할 것도 없다.

보험설계사 육모(30) 씨는 오히려 이 찜통더위가 기회라 여기고, 경쟁 설계사들이 손을 놓을 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는 "솔직히 시원한 곳에서 편하게 쉬고 싶을 때가 많다"면서 "하지만 덥다고 다들 움직이지 않을 때 열심히 돌아다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인들은 찜통 같은 집을 피하려고 간단한 '기차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이모(72) 씨는 "할 일이 특별히 없고 너무 더우면 혼자 오전 11시쯤 집에서 출발해 경의선을 탄 후 문산까지 가서 국수 한 그릇 사 먹고 온다"며 "열차 안이 아주 시원하고 쾌적해 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디로 떠나지 않고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빈둥거리며 휴가를 보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직장인 김모(38) 씨는 "피서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성수기에 국내외 관광지로 가면 사람만 많고 바가지만 쓸 뿐"이라며 "차라리 집에서 에어컨을 펑펑 틀어 놓고 빈둥거리는 것이 나에게는 진정한 피서"고 말합니다.

직장인 최모(29) 씨는 "요즘 주변에 혼자 모텔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고 게임을 한다는 사람이 많다"며 "더위가 너무 심해 나도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우종현(24) 씨는 "방학을 맞아 대체로 집에 있는데 가족들의 구박과 더위를 피하려고 PC방에 자주 간다"며 "한 시간 이용 금액 500원에 더위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매운 음식으로 '이열치열' 더위 스트레스를 날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직장인 이모(28·여) 씨는 "지난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일부러 아주 매운 떡볶이를 먹었다"며 "먹으면 땀이 나지만 에어컨 아래에서 먹으니 땀이 식으면서 오히려 더욱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8일 오전 11시 현재 기온은 서울 32.1도, 수원 31.4도, 대전 30.3도, 대구 30.4도, 포항 32.6도, 부산 33.3도, 광주 29.4도 등 전국 대부분이 30도 이상을 보이면서 ,일부 강원영동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습니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 기온이 35도 내외로 오르면서 무더운 곳이 많겠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으니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