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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포츠와 예술 ① '키네틱 아트' 리우올림픽 성화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리우올림픽이 드디어 개막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워낙 ‘엉망’이라는 ‘불평과 불만’이 쏟아진 터라 개막식에서도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잘 준비된 올림픽에서도 ‘실수’가 나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화대는 4개 기둥이 교차하는 구조였는데, 성화를 붙이는 순간 1개 기둥이 바닥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3개 기둥만 올라온 채 성화가 타오르게 돼 약간 아쉬운 점화식이 되고 말았다.

기자생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경험하게 된 리우올림픽, 전 세계인의 축제의 현장에서 발로 뛰고 취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었다.

‘돈이 없어서 제대로 못 할 것이다’라는 예상이 쏟아졌지만,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개막식은 꽤 ‘괜찮았다’. 남미 대륙다운 다채로움이 펼쳐졌다. 열정적인 삼바와 감미로운 보사노바의 선율, 라틴아메리카의 화려한 색감이 4시간에 걸친 개막식을 꽉 채웠다.

개막식은 ‘거의’ 성공적이었지만,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했다. 성화 점화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직업적인 불안감’을 놓을 수 없었다.
반데를레이 리마 마라톤 선수가 리우 올림픽 성화를 점화하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마지막 주자 리마가 성화를 받아들고 커다란 항아리 같은 성화대에 불을 붙이면서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성화 점화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성화대가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더니, 커다란 금속 꽃과 함께 경기장을 환하게 비추었다. 불꽃이 금속 꽃잎에 반사되어 ‘반짝반짝’빛을 뿜어낼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들 성화대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동시에, 도대체 저 구조물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리우올림픽 성화대, 안토니 하위(Anthony Howe)
지름 12미터, 2톤에 달하는 거대한 금속 물체,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성화대는 미국 조각가 안토니 하위(Anthony Howe)의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작품이다.

키네틱 아트란 ‘움직임(movement)'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kinesis'를 어원으로 한다. 말 그대로 움직임을 본질로 하는 예술 작품이다. 기존의 조각이 3차원의 작품이었다면, 키네틱 아트는 움직이면서 끊임없는 변화까지 곁들인 4차원의 작품이다. 조금 쉽게 접근해보자면, 미술 교과서에도 나오는 칼더의 모빌이 ‘키네틱 아트’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안토니 하위에게 영감을 준 ‘팅커토이’와 ‘이렉터’
리우 성화대의 작가 안토니 하위는 대표적인 키네틱 아티스트이다. 원래 수채 풍경화를 그려왔던 하위는 1989년 대규모 금속 키네틱 작업으로 전환하였다.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조립식 장난감 ‘팅커토이’와 ‘이렉터’가 키네틱 작업을 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키네틱 아티스트’ 안토니 하위
언뜻 작품을 보면, 장난감을 조립하듯 뚝딱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정교한 과정을 거친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자인을 하고, 레이저 커터로 금속 조각을 낸다. 거기에 정교하고 세밀한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까지 접목된다.

하위의 작품은 바람에 움직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현상도 고려해야 한다. 강한 바람 같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해서 하위는 작품을 만든 뒤, 자신의 차에 올려놓고 전속력으로 달려본다고 한다.
About Face, 안토니 하위 작품
Lucea, 안토니 하위 작품
2014년 바니스 뉴욕 크리스마스 장식
하위는 시애틀에서 2시간 떨어진 오르카스섬에 있는 작업실에서 리우성화대 디자인을 시작했다. 마무리 작업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마쳤고, 지난 7월 말 배편으로 리우로 보냈다.

하위의 이번 작품은 ‘태양’을 재창조했다. '맥박이 뛰는 듯, 외계 생명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 태양이 빛을 뿜어내는 듯'한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위는 리우올림픽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리우성화대는 ‘작은 버전’도 만들어져 올림픽 이후에도 리우의 해변공원에 남게 된다. 이 작품을 보며 사람들은 ‘120년 만에 남미 대륙에서 열린 첫 올림픽’인 리우올림픽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위의 작품을 보니 우리나라의 최우람 작가가 떠올랐다. 한국의 대표적인 ‘키네틱 아티스트’로 마치 스타워즈,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작품을 내놓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삼청동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가면 볼 수 있다. ‘오페르투스 루놀라 움브라’라는 요상한 제목의 작품은 신비롭고 웅장한 ‘키네틱 아트’의 진수를 보여준다.

예술작품으로 거듭난 리우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2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대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문득 궁금해졌다. 대작, 위작 등으로 한창 흉흉했던 우리 미술계, 그동안의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좀 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많은 우리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 안토니 하위 홈페이지 www.howeart.net

* 최우람 홈페이지 http://www.uram.net/kor_new/intro_kr.html 
   

▶ [취재파일] 스포츠와 예술 ② 코파카바나 해변로를 닮은 올림픽 개막식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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