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화대는 4개 기둥이 교차하는 구조였는데, 성화를 붙이는 순간 1개 기둥이 바닥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3개 기둥만 올라온 채 성화가 타오르게 돼 약간 아쉬운 점화식이 되고 말았다.
기자생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경험하게 된 리우올림픽, 전 세계인의 축제의 현장에서 발로 뛰고 취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었다.
‘돈이 없어서 제대로 못 할 것이다’라는 예상이 쏟아졌지만,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개막식은 꽤 ‘괜찮았다’. 남미 대륙다운 다채로움이 펼쳐졌다. 열정적인 삼바와 감미로운 보사노바의 선율, 라틴아메리카의 화려한 색감이 4시간에 걸친 개막식을 꽉 채웠다.
개막식은 ‘거의’ 성공적이었지만,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했다. 성화 점화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직업적인 불안감’을 놓을 수 없었다.
키네틱 아트란 ‘움직임(movement)'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kinesis'를 어원으로 한다. 말 그대로 움직임을 본질로 하는 예술 작품이다. 기존의 조각이 3차원의 작품이었다면, 키네틱 아트는 움직이면서 끊임없는 변화까지 곁들인 4차원의 작품이다. 조금 쉽게 접근해보자면, 미술 교과서에도 나오는 칼더의 모빌이 ‘키네틱 아트’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하위의 작품은 바람에 움직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현상도 고려해야 한다. 강한 바람 같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해서 하위는 작품을 만든 뒤, 자신의 차에 올려놓고 전속력으로 달려본다고 한다.
하위의 이번 작품은 ‘태양’을 재창조했다. '맥박이 뛰는 듯, 외계 생명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 태양이 빛을 뿜어내는 듯'한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위는 리우올림픽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리우성화대는 ‘작은 버전’도 만들어져 올림픽 이후에도 리우의 해변공원에 남게 된다. 이 작품을 보며 사람들은 ‘120년 만에 남미 대륙에서 열린 첫 올림픽’인 리우올림픽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위의 작품을 보니 우리나라의 최우람 작가가 떠올랐다. 한국의 대표적인 ‘키네틱 아티스트’로 마치 스타워즈,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작품을 내놓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삼청동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가면 볼 수 있다. ‘오페르투스 루놀라 움브라’라는 요상한 제목의 작품은 신비롭고 웅장한 ‘키네틱 아트’의 진수를 보여준다.
예술작품으로 거듭난 리우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2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대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문득 궁금해졌다. 대작, 위작 등으로 한창 흉흉했던 우리 미술계, 그동안의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좀 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많은 우리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 안토니 하위 홈페이지 www.howeart.net
* 최우람 홈페이지 http://www.uram.net/kor_new/intro_k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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