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한수진의시사전망대] 잊혀질 권리 vs 알 권리…무엇이 우선일까?

* 대담 : 임제혁 변호사

▷ 한수진/사회자:
 
뉴스에 나오는 법률 이야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임제혁 변호사:
 
예.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예. 어서 오십시오.
 
▶ 임제혁 변호사:
 
오늘은 제가 먼저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웃고 시작하는 취지에서, 가볍게 요즘 유행하는 아재 개그, 아재 퀴즈 하나 풀고 가겠습니다. ‘미국에 CSI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OOO가 있다’ 여기에서 OOO는 뭘까요?
 
▷ 한수진/사회자:
 
좀 알 것 같기도 하고. 뭘까요?
 
▶ 임제혁 변호사:
 
NSI라고 네티즌 수사대의 줄임말이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 호환마마보다도 무섭다는 네티즌 수사대. 그런데 정말 이 분들 대단해요. 정보력 대단하더라고요.
 
▶ 임제혁 변호사:
 
기가 막히죠. 정말 걸리면 반드시 털린다는 그런 모토까지 갖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실 내용이 바로 또 네티즌 수사대와 연결고리가 있어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이 분들은 열심히 캐고, 그 다음에 캐어진 사람은 잊혀졌으면 좋겠고. 그렇겠죠. 당연히. 이제 잊혀질 권리라는 것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라는 게 계속 돼왔는데. 6월 달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 이름 굉장히 긴데요. 쉽게 말해서 내가 올렸던 것 당장 지우지 못하면 이것을 어떻게 지우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일종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금 평으로는 처음으로 제도화시켰다는 얘기는 듣고 있는데. 오늘 이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 한 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잊혀질 권리. 요즘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말이죠. 잊혀질 권리. 한 마디로 어떻게 좀 정의해볼 수 있을까요?
 
▶ 임제혁 변호사:
 
잊혀질 권리라는 것은 정리를 하면 내가 쓴 내 게시물. 인터넷에 내가 쓴 내 게시물에 대해서 내가 언제든지 삭제를 하고 잊혀지게 만드는 것과, 남이 쓴 나에 대한 정보를 잊혀지게 만드는 것. 두 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이것을 갖다가 분류를 하는 이유가. 이번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은 그 중의 일부에 해당하는 거예요. 내가 인터넷 상에 올렸는데 회원 탈퇴라든지, 아니면 자기 정보, 패스워드. 그런 것을 도저히 기억이 안 나서 지우지 못할 때. 이 경우에 그 글이 계속 남아있는 것은 나한테 굉장히 불편하다. 지우고 싶다. 그것을 갖다가 지우기 위해서 그런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내가 올린 권리만 지금 해당된다는 말씀이시군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내가 올린 정보.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잊혀질 권리에는 또 다른 측면도 있는 것이군요. 남이 올린 나에 대한 글도 해당된다는 말씀이세요?
 
▶ 임제혁 변호사:
 
그 부분이 더 많이 문제가 돼오긴 했었어요. 잊혀질 권리와 관련해서 꼭 나오는 게 곤잘레스 사건 판결이라는 것인데. 이 사건이 굉장히 재밌는 사건입니다. 이게 스페인 변호사인 곤잘레스 씨라는 분이 있었는데. 인터넷 검색창에 자기 이름 검색하거나 그러면 16년 전에 올렸던 기사가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그 기사 내용이 빚 때문에 집을 경매한다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본인으로서는 흑역사예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흑역사죠. 요즘 흔히 말하는. 이런 글이 나오는 게 좋지가 않다. 그래서 구글이라는 인터넷 검색 업체를 상대로 링크를 삭제해 달라. 나 이거 안 나오게 해달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을 받았겠죠. 그랬기 때문에 유럽사법재판소까지 갔던 건데.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이것을 인정해 줍니다. 이것을 지워줘라. 설사 기사가 사실이라도 게시 목적과 달라 부적절하거나 연관성이 떨어질 경우에 삭제할 수 있다고 하면서 삭제하도록 합니다. 사실 이것은 내가 올린 내 게시물은 아니거든요. 그렇죠? 남이 올린 나에 대한 게시물인데 그것이 부적절하거나 더 이상 시의성이 없고, 나한테는 굉장히 안 좋은 내용에 불과하다 그러면 이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까지 인정되는 게 잊혀질 권리인데. 이번에 방송통신위는 이것은 아니고. 내가 올린 내 게시물에 대한 내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보면 이 잊혀질 권리라는 게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또 반대하는 쪽에서는 다수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 그런 주장도 하더라고요. 좀 충돌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 임제혁 변호사:
 
이것은 하나의 예를 갖다가 들어보면 좀 될 것 같은데. 민감한 사안이기는 한데. 얼마 전에 개돼지 발언이 있었잖아요. 전 국민을 공분케 만든.
 
▷ 한수진/사회자:
 
나향욱 기획관.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어쨌든 본인은 여전히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고. 지금 파면은 당했지만 이제 세월이 좀 지나고 사태가 진정되고 어느 시점이 됐을 때 다시 어떤 식으로든 사회생활을 하고 복귀를 할 것 아니에요. 그 때 잊혀질 권리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본인에게 불리한 자료의 포털 검색을 중지해 달라.
 
▷ 한수진/사회자:
 
이것을 지워줘야 되느냐.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이런 게 알 권리를 침해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지점이 될 수 있겠네요.
 
▶ 임제혁 변호사:
 
이것은 진짜로 실례가 있었는데. 영국의 예입니다. 영국에서 한 성형외과 의사가 인터넷에 게시된 수술 결과에 대한 글을 지워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잊혀질 권리인 것이죠. 쉽게 말해서. 그런데 수술이 잘못된 수술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굉장히 대중의 비난을 받게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이 의사 형편없다, 수술 잘 못한다. 그런 내용이었겠네요.
 
▶ 임제혁 변호사:
 
삭제가 됐는데 사실 그 삭제된 글이 의사의 형편없는 수술 실력을 고발하는 내용이었거든요. 사실은 이것은 그 의사를 갖다 방문하는 환자들로서는 알아야 될 내용이라고도 볼 수 있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굉장히 또 중요한 정보죠. 그런데 이런 정보까지 다 지우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 그러네요. 그러니까 가령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겠어요. 사기 잘 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같은 경우에도 이런 흑역사들 있을 텐데.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가령 전과 기록을 예로 들을 수 있는데. 결혼하려고 하는데 전과 기록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내 전과 기록을 좀 지워 달라. 그렇게 요구할 수도, 좀 과격한 예이기는 하지만.
 
▷ 한수진/사회자: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그러면 임 변호사께서는 이 잊혀질 권리와 알 권리. 충돌하는 지점에서 한 번 생각을 해보자고요. 어떤 의견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임제혁 변호사:
 
제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저의 변함없는 의견처럼 남게 될 위험이 있어서. 그런데 사실 어떤 의견에 무게를 둔다고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너무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제가 지금 잊혀질 권리 중에서 내가 쓴 내 게시물에 대해서 이것을 삭제해 달라는 것은. 이것은 내가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을 현재 다른 이웃 때문에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잖아요. 당연히 제가 거기 계속 회원으로 가입돼있고, 액세스가 가능하면 지울 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회원 정보를 까먹었다든지. 로그인이 안 된다든지. 그런 문제 때문에 못 지우는 것은 당연히 자기가 지울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남이 쓴, 남이 게시한 내 정보와 관련해서는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가 많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알 권리가 충돌하는 부분은 내가 쓰든, 남이 쓰든 내 정보가 이미 공공의 영역에 놓이게 되면 그 때부터는 어떤 궁금해 하는 집단적 욕구를 위해서는 그냥 자의적으로 사라질 수는 없다는 거예요. 또 하나 문제되는 것은 여기에 힘의 논리라는 것이 가세하게 되면 잊혀질 권리가 보장되면서 새로운 하나의 검열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즉 힘 있는 집단이 자기 정보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그런 측면도 있고.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사실 그래서 검열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잊혀질 권리가 알 권리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참 이거 어려운 문제인데요. 이 방통위에서 잊혀질 권리 제도화하면서 말이죠. 악용 가능성에 대한 방지 차원의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했다고 하던데요. 이것은 어떤 내용인가요?
 
▶ 임제혁 변호사:
 
실은 이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할지는 조금 의문이기는 합니다. 이게 어떤 내용인지를 보면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내가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검색에서 배제하도록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접근 배제를 요청할 수 있는 경우를 추려놓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이거 다 지워줘. 이게 아니라 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서 그 게시물은 인터넷에서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라든지. 회원 탈퇴, 또는 계정 미사용으로 회원 정보가 파기돼서 더 이상 본인이 직접 들어가서 삭제할 수 없는 경우. 계정 정보를 분실한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사업 폐지를 한 경우. 그런 경우들에 한정적으로 이것을 지울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준다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이 적절하다고 보세요?
 
▶ 임제혁 변호사:
 
적절할 수도 있는데. 약간 문제되는 점은 이게 그냥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냥 한 마디로 안내하는 길인 거죠. 안내하는 선. 어떤 강제력이 없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지금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 과정. 좀 상당히 까다롭다고 하는데. 이렇게 까다롭다 보니까 최근에는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하던데요. 디지털 장의사. 아직 생소하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 임제혁 변호사:
 
잠깐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 디지털 장의사라는 게 나오는 이유는 요즘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시다가 돌아가시거나, 그러잖아요. 그러면 더 이상 본인이 없는 거예요. 본인은 없는데 유족들은 망자가 남겨놓은 글이라든지 망자에 대한 글을 그대로 둘 것인지. 이것 좀 삭제해 달라. 본인에 대해서는 삭제하는 게 맞겠다고 요구를 하면 그것도 삭제해주는 것을 갖다가 보통 디지털 장의사라고 하거든요. 그 서비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또 나의 정보 삭제를 일임한다는 것은 내 정보를 볼 수 있게 하겠다. 그 권한까지 다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는 필요 없을까요?
 
▶ 임제혁 변호사:
 
이 부분은 정말 논의가 초기 단계여서. 정말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어쨌든 지금 잊혀질 권리. 첫 발을 내딛었고요. 우리 사회에서 좀 보다 적극적으로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그런 면에서는 아직은 또 여러 가지 생각할, 고민할 여지를 많이 남겨두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 임제혁 변호사:
 
사실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비판을 했던 게 처음에는 법제화시키려고 했다가. 한 발씩 뒤로 물러서다가 가이드라인이 된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더 논의가 이뤄져야 될 부분일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나누죠. 잘 들었습니다.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임제혁 변호사:
 
감사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