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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한류스타 오지 마!"…진짜 사드 보복일까?

[리포트+] "한류스타 오지 마!"…진짜 사드 보복일까?
한반도가 사드 배치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며칠 앓다가 회복되기보다는 꽤 장기간 병치레를 해야 하는 게 아닌지 혹시 더 큰 병으로 발전하지나 않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8일 한미 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발표한 이후 국내에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경상북도 성주 지역 주민은 연일 반대 집회를 이어가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발사 시험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고 있습니다. 특히 우려했던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 잇따른 한류스타 출연 취소

하반기에 예정됐던 중국 내 한류 콘텐츠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습니다. 오늘 예정됐던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 미팅 행사가 돌연 연기됐습니다

배우 유인나도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에서 하차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가수들도 마찬가지여서 걸그룹 와썹과 보이그룹 스누퍼의 행사 방송 출연도 취소됐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 연일 대대적으로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드 문제에 따른 한중 우호 관계의 훼손으로 한류 스타가 희생양이 되더라도 중국은 책임이 없다’는 논평을 내보내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중국이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최대 시장인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중국 내 한류는 반드시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 내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혐한 기류’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 이상이 중국 방송에 한국 연예인의 출연 금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 부위원장은 "방송 콘텐츠 수출이 암초에 부딪힌 것 아닌가 하는 징후를 감지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장쑤TV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면담이 갑작스레 취소됐다."며 "중국 중앙정부가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과 교류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알아서 눈치를 보면서 한류 수출이 암초에 부딪힌 징후가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지에서 만난 중국 기업인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비롯한 경제교류에서 신규사업을 시작할 수 없으며, 이미 벌여놓은 사업도 제대로 추진해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전인 지난 6월 20일부터 외국 방송에서 판권을 사들인 프로그램의 황금 시간대 편성을 제한해 왔습니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 편성을 늘리기 위해서였죠.

중국 정부의 한류 규제 움직임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더욱 비판적으로 변한 중국 언론의 논조, 여론 흐름 등이 맞물리면서 한류 역풍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 비자는 ‘법대로’ 하자는 중국

지난 3일, 주한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일정 기간 여러 번 중국에 입국할 수 있는 상용 비자 발급 조건을 변경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 현지 회사의 초청장 없이도 '대행사의 초청장'만으로 가능했던 상용 비자 발급을 훨씬 까다롭게 바꿨습니다. 중국 현지 회사의 초청장 없이는 '복수 비자' 발급이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이제는 법대로 하자는 것으로 중국을 자주 오가는 경제인들의 경우 상당한 불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과 연관된 보복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주한중국대사관은 기존의 방법이 편법이었다고 설명하며,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잘 준비하면 아무 문제 없으며, 상용비자를 정상적으로 발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치맥관광열차는 왜 달리지 못했나

중국과 국내 지자체 차원의 교류도 줄줄이 중단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2016 대구치맥페스티벌’이 개최됐습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을 위해 올해 처음 시도한 ‘치맥관광열차’는 끝내 달리지 못했습니다. 중국 관광객이 갑자기 불참을 통보해 운행이 취소됐기 때문이죠.

7월 초까지 500여 명의 관광객이 신청했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 여행사들이 예약을 잇달아 취소했습니다. 행사 관계자들은 사드 배치 이외에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22일 대구시의 자매도시인 중국 칭다오시가 공무원과 예술단의 치맥페스티벌 불참을 통보하고 대구시 대표단의 칭다오국제맥주축제 방문도 거부했습니다.

‘태양의 후예’ 세트장이 위치한 강원도는 중국 CCTV와 교류를 통해 원주, 속초 등 여행지를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중국 측의 요구로 잠정 연기된 상태입니다.
중국은 관영 언론까지 총동원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여론몰이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관영언론인 중국일보와 차이나 데일리의 사설은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에 ‘사드라는 게임은 한국이 갖고 놀 수 없다’는 제목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중국 언론은 그 동안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이나 '한국 정부'라는 나름 완곡한 표현을 써가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습니다. 외국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중국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적당히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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