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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삼계탕 7만 원" 바가지 악몽…황당한 '휴가 요금'

[리포트+] "삼계탕 7만 원" 바가지 악몽…황당한 '휴가 요금'
이 모 씨는 경기도 남양주의 한 계곡으로 놀러 갔다가 온통 ‘불쾌한 기억’만 남았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계곡 주변에 딱 봐도 공터인 곳에 주차했는데 어떤 사람이 손을 내저으면서 한달음에 쫓아오더니 사유지 라며 당장 주차비를 달라고 했습니다. 사유지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이 씨는 일단 휴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달라는 대로 돈을 줬습니다.

시원한 계곡물을 찾아서 발이라도 담그려던 찰나, 이번엔 또 다른 사람이 등 뒤에서 들어가지 말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근처에서 영업하는 음식점 주인인데, 자기네 집에서 밥을 사 먹지 않으면 계곡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 이 모 씨/ 바가지요금 피서객 ]
“이런 데서 음식점 영업하고, 계곡 바로 옆에서 평상을 설치해 놓고 돈 받고 대여하는 거 불법 아니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그쪽에서는 되려 신고하려면 신고하라고 적반하장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계곡 코앞까지 와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사 먹기로 했습니다. 음식점 메뉴판을 펼쳤더니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1만 원 안팎이면 사 먹을 수 있는 삼계탕 가격이 7만 원으로 적혀 있던 것입니다. 시중보다 6~7배나 되는 값이었죠.

울며 겨자 먹기로 바가지 음식값을 내고 계곡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노는 내내 마음은 개운치 않았습니다. 생각할수록 열 받았던 이 씨는 나중에 담당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음식점은 이후에도 아무 문제 없이 영업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결국, 이 씨는 계곡 휴가에 대한 씁쓸한 기억만 남게 됐습니다.

● 평상 하나에 20만 원…매번 반복

피서철 바가지요금 피해는 일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바가지요금 피해 사연들이 부지기수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바가지요금이 성행하고 있을까요? 피서객이 많이 모여드는 모 계곡 내에서 운영 중인 노점의 가격표입니다.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평상 하나를 빌리는 데 가격이 무려 20만 원입니다. 그나마 음식을 주문하면 할인해주는 ‘선심’을 쓰는 듯하지만, 음식값이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습니다.

심지어 이들 노점은 자기네가 판매하는 음식 외에 다른 외부 음식은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돈 내고 평상을 이용하더라도 노점 물품만을 이용해야 하는 부당함에 피서객들은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 있으나 마나 한 '솜방망이' 단속

“하천은 국가 소유로써, 공작물 설치와 물건 적치는 제한되며 허가를 받아야만 개인 점용이 가능하다.”

하천법에 따르면 계곡 내에서 허가 없이 운영되고 있는 음식점이나 노점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그런데 정작 단속을 맡은 공무원도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 피서지 관할 A 시청 담당 공무원 ]
“고발해봤자 검찰에 넘어가도 벌금이 얼마 안 나오고, 평상은 저희가 나갔을 때만 치웠다가 다시 설치해버리니 이게 매년 반복되는 거예요. 가장 문제는 자릿세인데, 현재로썬 저희가 자릿세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어요. 피서객들은 공무원이 결탁한 것 아니냐, 단속 똑바로 안 하느냐고 하시는데, 저희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죠. 하지만, 법이 정한 범위에서만 규제할 수밖에 없다 보니 답답합니다.”
단속 앞에서는 금세 평상을 치워버렸다가 다시 깔아놓는 ‘얌체 영업’은 단속반에게도 골칫거리입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꼽힙니다. 지자체 단속반은 1차 적발 시 불법이라는 사실을 업주에게 명시하고, 2차 적발 시 계고장을 발부한 뒤 그 후에도 문제 해결이 안 되면 고발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불법 평상을 설치한 업주에게 50~200만 원 사이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지만, 대다수의 업자는 과태료 내고 다시 장사하면 그만이라는 식입니다.


[ 모 계곡의 불법 평상 영업자 ]
“어차피 한 철 장사라서 단속 나와도 조금만 버티면 본전을 뽑을 수 있죠. 솔직히 장사 도중에 단속 나와도 고치라는 말만 하지 실제 벌금 낸 사람 거의 못 봤어요.” 

해마다 피서철이면 계곡마다 극성을 부리는 바가지요금. 이런 바가지요금이 무서워서 차라리 해외여행이 속 편하다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임태우, 김미화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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