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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리와 강남역…사회적 슬픔을 정리하는 방법

[칼럼] 파리와 강남역…사회적 슬픔을 정리하는 방법
▲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있는 마리안 동상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Place de la Republique)에 있는 마리안 동상이 새 단장을 시작했다. 파리 시청 소속 환경 미화원들이 동상 주변을 둘러싼 시든 꽃과 불꺼진 양초들을 치우고, 물총을 쏘면서 제단에 쓰여진 낙서들을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마리안의 이미지가 된 들라크르와 그림 (이미지 출처 : doopedia.co.kr)
마리안(Marianne)은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과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여성상이다. 들라크루아(Eugens Delacroix)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나온 여성 이미지를 토대로 만든 마리안 동상은 전국 3만 6천여 개 관공서 입구에 세워져 있다.

그런 이유로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세워진 마리안 동상 주변에서 지난해 1월 풍자잡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 테러 이후 촛불 집회가 열렸고, 추모 행사의 거점이 됐다. 시민들은 동상 밑에 꽃을 가져다 놓고, 테러를 비난하는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지난 해 11월 파리 바탕클랑 극장 테러로 130여 명이 숨지면서 마리안 동상은 다시 한 번 추모의 장소가 됐고, 최근 니스 테러까지 이어지면서 추모 행렬은 계속돼 왔다.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한편에서는 야외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며 일상을 계속하는 것이 테러에 저항하는 길이라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려 애썼다. 그러던 프랑스인들이 이제는 마리안 동상 청소작업을 통해 파리의 슬픔을 지우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다. 파리시는 청소 작업에 앞서 몇 달 전부터 낙서를 촬영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다. 무엇이든 버리지 않고 모아서 결국은 기념품이 되도록 하는 프랑스인들은 동상 청소 작업을 놓고도 찬반 여론이 분분했고, 지금도 그 논쟁은 진행 중이다.

일간 피가로(Le Figaro)가 인터뷰한 한 젊은이는 굵게 대문자로 쓰인 “우리를 죽이지 마세요(NE TUEZ PAS)"라는 문장을 가리키며 여전히 낙서를 지우는 작업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그 문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주문.“이라면서 ”그 문장을 동상에 새겨 영원히 간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시민은 프랑스의 상징이기도 한 이 동상 주변이 너무 더러워졌다면서 이제는 다시 태어날 때라고 주장한다. 특히 추모를 위해 오는 사람들이 공격받는 일도 많았고, 소매치기를 당하는 일까지 종종 있었다면서 이제는 정리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5월 서울에서도 강남역 근처 화장실 살인 사건 이후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물결이 강남역 등지에서 이어졌다. 역사 주변에 빼곡이 붙어있던 포스트잇을 수거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포스트잇에 적혀있던 글귀를 전산 입력하는 작업을 벌여, 두 달여 만에 거의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강남역 인근과 이화여대, 경희대, 서울 시청 등지에 붙어있던 포스트잇 개수만 총 2만 4천여 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글귀가 전부가 아니라 그림 등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도 있어 일일이 사진 찍는 작업도 병행했다고 한다. 재단은 전국에 모인 포스트잇을 전산화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마친 뒤 앞으로 여성 정책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테러로 규정된 범죄로 무고한 인명을 잃은 프랑스와 여성 혐오 범죄로 분류된 강남역 살인 사건. 다른 점도 많지만 사회 구성원의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 무고한 인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이민자 문제 해결이 과제로 남았다. 우리는 구성원 사이의 나이에 따른 갈등,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 여기에 성별 갈등까지 부각되는 시점에서 두 나라의 해법에 국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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