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카고 도심 남부 미시간 호 변의 유서 깊은 시민공원에 '오바마 대통령 센터'를 짓기로 한 후 각계각층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시카고 저소득층 흑인 밀집지구에 있는 '워싱턴 공원' 대신 미시간 호 변의 명소 '잭슨 공원'을 '오바마 센터' 최종 건립 부지로 공식 발표한 후 일부 주민과 도시 전문가들이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NBC방송은 "오바마 센터 유치를 통한 지역사회 회생을 기대했던 워싱턴 공원 인근 주민들이 상실감에 빠졌다"며 "시카고가 2016 하계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면서 주 경기장 건립지로 구상했던 이곳에 오바마 센터마저 들어서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로버트 지머 시카고대학 총장 등 사회 인사들은 3일 잭슨 공원에서 오바마 센터 유치 기념행사를 열었다.
마틴 네스빗 오바마 재단 이사장은 "잭슨 공원의 미적 가치와 상징적 입지, 역사성 등이 세계적 수준의 방문객을 끌어모을 것"이라며 "그 수혜가 시카고 남부 사회 전체에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바마 부부는 잭슨 공원과 이곳에서 서쪽으로 약 2km 떨어진 워싱턴 공원을 최종 후보군에 두었다가 결국 잭슨 공원을 선택했고, 지난달 29일 이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두 공원은 모두 19세기 미국의 전설적인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와 칼베르트 보가 설계했고, 오바마 센터 건립 주체인 시카고대학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다소 다르다.
아름다운 미시간 호 변을 따라 조성된 2㎢ 규모의 잭슨 공원은 1893년 세계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곳이다.
당시 순수미술 전시관으로 사용됐던 보자르풍 건축 양식의 건물에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이 입주해 한해 150만여 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고 곳곳에 조성된 연못과 정원, 기념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워싱턴 공원은 총기폭력 사고가 빈발하는 흑인 빈민촌 우드론 지구에 접해있다.
1920년대 흑인 인구 대이동기에 미국 남부에서 인종차별을 피하고 제조업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주한 흑인들의 집단 거주지로, 1961년 듀사블 흑인 역사박물관이 세워지기도 했으나 점차 슬럼화했다.
시민단체 '센터 포 네이버후드 테크놀러지'(CFNT) 잭키 그림쇼 부회장은 "오바마 센터가 워싱턴 공원에 건립돼 오랫동안 버려졌던 지역에 발전 기회를 제공했어야 한다"며 "주민들이 큰 기회를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도시환경·시민권리 옹호단체인 '프렌즈 오브 더 파크스'(FOTP)는 "공공자산인 시민공원을 대통령 기념관이 차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이들은 "'공공신탁이론'에 의거, 시카고 시의 자연자원은 모든 주민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며 할리우드 SF 영화계 대부 조지 루카스가 시카고 미시간 호 변에 영화 박물관을 세우려던 계획을 소송을 통해 최근 철회시켰다.
그러나 FOPT는 3일 "대통령이 개발이 필요한 땅들을 두고 잭슨 공원을 오바마 센터 건립지로 선정한 것이 실망스럽고, 대통령 기념관이 시민공원에 들어서는 것에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소송으로 이를 막지는 않겠다"며 "루카스 박물관 대지와 달리 잭슨 공원은 공공신탁이론이 적용되지 않아 법적 구제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워싱턴 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생태보호'를 이유로 일부 지역에 필요한 개발들을 막아놓고, 자신의 기념관을 위해 유서 깊은 공원을 갈아엎는 것은 위선"이라는 지적도 일부 환경론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흑인거주지 대신 명소 선택"…'오바마 대통령 센터' 위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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