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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뉴스브리핑] 전인범 예비역 중장 "존경 받으려면 권위 내려놔라"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3시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3시 뉴스브리핑> 월~금 (03:00~04:3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전인범 예비역 중장

-35년 군 생활, 명예롭게 마무리해서 행복.

-군인의 목표, '계급장'이 되어선 안 돼.

-한국군 최초로 미 통합특수전사령부 훈장 받아…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한 공로.

-'아웅산 테러'에서 구했던 이기백 전 합참의장, 진정한 군인의 모습 가르쳐 줘.

-존경을 받고 싶으면 윗사람이 모든 권위 내려놓고 아랫사람들 섬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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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은 전인범 예비역 중장과 함께 하겠습니다.

Q. 전 장군님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Q. 장군님 전역식 소식 저도 8시 소식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전역식 할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군을 35년이나 계셨는데.

통상은 서운하고 시원하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보람 있게 군 생활을 했고 또 명예롭게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고들 하니까 저는 너무 행복했고 또 한편으로는 많은 분들의 격려 속에서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Q. 그런데 그날 보면 미국 정부로부터 2개의 훈장을 받으시고 우리 정부로부터도 훈장도 받으시고 그래서 정말 행복한 군인이다. 저런 장군이 없었다 여태까지. 그런 얘기도 있었더라고요. 미국으로부터 받은 훈장은 어떤 훈장입니까?

리존 오브 메리트(Legion of Merit) 이라고 그래가지고 미국 정부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외국 군들한테 주는 최고 등급의 훈장이고요. 그 다음에 통합 특수전 사령부. 미국의 통합 특수전 사령부입니다. 거기서 주는 훈장은 제가 특전사령관을 할 때 우리 국민들은 잘 모르시지만 전작권이 미군한테 있지만 그 밑으로 내려가면 또 특전사령관한테는 또 미군들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받게 돼 있습니다.

Q. 특전사령관이 갖고 있다는 얘기이십니까?

네. 한국군 특정사령관이.

Q. 미군을 지휘하는?

네. 그래서 보시면 몇 천 명 이상을 제가 지휘하고 운용을 하게 돼 있어요. 그래서 그거를 잘 했다고 해서 저한테 그 훈장을 주게 됐습니다.

Q. 장군님 예편하시기 전에 또 특전사가 경기도 이천 쪽으로 옮겼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 옮기신 곳에서 전역식 하신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어제 개소식을 했는데 제가 그 며칠 전에 거기서 하게 됐습니다.

Q. 중장으로 예편하시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셨습니까? 그래도 대장을 한 번 군인이 됐으면 목전까지 갔었는데.

아주 잘못된 생각인 것 같은데요.  

Q. 그렇습니까?

아니, 군인이 무슨 계급을 목표로 해서 한다는 거는 제가 보기에는 잘못된 생각인 것 같고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계급장이 필요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4성 장군이 문제가 아니라 특전사령관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와 우리 군이 줬다는 거에 대해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전 장군님 말씀하시는 걸 보니까 어떤 상황이든지 간에 긍정적으로 해석하시고 받아들이시고 그런 능력이 참 탁월하신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세상을 좀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낙관주의자이신가요?

태어날 때부터 낙관주의는 아니었는데 제가 가만히 살아보니까 그렇게 사는 게 저한테 유리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네. 근데 장군님하면 이번에 전역식 때도 사실은 화제가 됐던 게 1983년 10월 9일인가요?

네.

Q. 한글날. 버마. 지금 미얀마로 불리는 나라에 ‘아웅산 테러’ 이 얘기를 빼놓고 장군님을 얘기할 수 없다.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셨던 얘기지만 당시 이기백 합참의장이 그 테러 현장에 있었다가 쓰러졌는데 우리 장군님이 그때 수행했던 초급 장교신가요?

네. 부관이었습니다.

Q. 그 당시 상황이 좀 궁금합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얘기를 해주시죠.

그 날은 그냥 평범한 날이었어요. 근데 이제 아웅산 묘소에 인사를 하러 우리 귀빈들이 가시는 날에 저는 수행요원으로 갔었고

Q. 지금 저 장면은 테러가 난 직후에 현장 화면인 거죠? 다 무너지고.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갔었는데 제가 부여받은 임무 중에 하나가 사진을 많이 찍으라는 임무였는데 그때 카메라의 배터리가 자꾸 방전이 돼서 배터리를 가지러 나가는 순간에 저렇게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Q. 지금 이 분이 이기백 합참의장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Q. 그럼 장군님이 지금 저 앞에?

방금 전 화면에 왼쪽 뒤에 있던 사람이 접니다.

Q. 지금 올라가신 분이?

네. 저게 저고요.

Q. 전인범 장군님이 저 영상에 찍히신 거군요.

네.

Q. 그리고 밑에 깔렸던 이기백 합참의장을 다른 나무나 이런 것들을 건져내고 합참의장을 꺼내셔서 들것에 지금 싣고?

들것이 없었고요. 이렇게 주변에 보니까 철판으로 된 넓은 철판이 있어서 그 철판을 제가 가져와가지고 주변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해서 모시고 나왔던 겁니다.

Q. 지금 저 당시 전 장군님은 이기백 합참의장님을 찾아가신 건가요? 아니면 다른 어떤 그 당시에 있었던 우리 정부 고위 관료들 누구라도 있으면 구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으로 가신 겁니까?

저는 전속 부관이었기 때문에 제 임무는 오로지 우리 의장님한테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 영상을 보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부상 돼 있고 움직이는 게 보이는데 현재 기억도 아무 것도 안 나고 오로지 쓰러져 계신 우리 의장님만 기억이 납니다.

Q. 그래서 이기백 합참의장님 당시 부상이 상당히 심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정도 어느 정도로 다치셨던 건가요?

이 분이 줄을 서서 맨 오른쪽에 계셨고 그 분을 기준으로 해서 왼쪽에서 폭발이 일어났어요. 그래서 이렇게 맞아서 우선 머리가 완전히 두피가 열려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끔찍했죠. 그 다음에 왼쪽 어깨하고 등에 파편상이 있으셨고 그 다음에 발등 2군데에 동전 크기보다 약간 큰 구멍이 이렇게 있었어요. 이거는 파편에 의한 거였고 그 다음에 소리 때문에 고막이 손상을 크게 받으셨고 그 다음에 열 때문에 노출 돼 있던 손, 얼굴. 여기는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으셨습니다.

Q. 당시 수술실까지 같이 들어가셨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미얀마 상황이 상당히 열악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네. 그래서 저는 저 현장만 벗어나면 엥엥 해서 병원에 가가지고 모든 게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병원에 딱 도착했는데 응급실 같은 게 그때는 없었어요. 하여튼 그 병원이 뭐 응급실이 있는지 없는지 하여튼 저희는 응급실로 가지 않고 그냥 큰 병실 같은 데에 이렇게 있었는데 뭐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진짜.

부상당하신 분들도 많고 돌아가시는 분도 계시고 그런 상황인데 다행히도 그 버마가 영국 식민지를 100년 이상 받은 나라랍니다. 그래가지고 영어를 곧잘 했어요. 그래가지고 어떤 사람이 저한테 오더니 이 분이 누구시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의 합참의장인데 군 서열 1위시다. 이 분이 돌아가시면 안 된다, 그랬더니 금방 옆방으로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이러는 거예요.

근데 그러는 중에 옆에 있던 버마 장교가 저보고 이거는 버마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제가 버마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조금 있으니까 수술실로 들어가신다 그래가지고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4성 장군이 수술실에 들어갈 때는 부관이 따라 들어간다. 그랬더니 처음에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수술 못 한다 그랬더니 할 수 없이 저를 허락을 한 겁니다. 그래서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뭐 다른 사람 다리를 절단하는 것도 보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도 보고 했는데 4시간 반 동안 수술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조금 있으니까 손이 모자라니까 저보고 도와 달라 그러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제가 의장님 다리를 이렇게 들고 있으니까 거기서 뼛조각도 빼내고 파편 조각도 빼내고 이러는데 굉장히 참 잊지 못할 그런 경험을 제가 했습니다.

Q. 이기백 합참의장 입장에서는 부관이 부관이었지만 생명의 은인인데 이번에 전역식에도 참석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네.

Q. 이기백 합참의장께서 뭐라고 두 분이 얘기하실 때 뭐라고 하시던가요?

저한테는 정말 아버님이나 다름없는 그런 분이시지만 이 아웅산 사건 때에 제가 꼭 전해드리고 싶은 말씀은 4시간 반 동안 수술을 받으시고 그 다음에 의식이 깬 게 저녁 7시입니다. 그러니까 무려 9시간 뒤에 의식을 되찾으셨는데 그 당시에 온 몸이 미라같이 붕대를 감고 계셨어요.

그리고 입만 이렇게 조금. 그래서 인기척이 있어서 제가 옆에 가서 전 중위입니다, 라고 하니까 첫 말씀이 각하는 괜찮으시냐?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대통령께서 지금 비행기 타고 귀국 중에 있으십니다, 그랬더니 두 번째가 지금 몇 시냐? 그래서 7시 15분입니다, 그랬더니 세 번째로 너 밥 먹었냐?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때 이제 이 분이 사시는구나, 그런 안도감도 있고 뭐 여러 가지 있었지만 군인으로서 첫째는 자기 상관 그 다음에 자기 부하. 그래서 제가 그때 이것을 이해하고 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렸습니다.

근데 하여튼 그게 어떤 진정한 군인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것을 느꼈고 저한테는 이번에도 건강하게 계셔가지고 제가 전역하는 것을 보시고 또 축하해주셔서 저는 너무나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Q. 전역하는 사병들한테 내가 해줄 건 없고 고생했으니까 장군 경례나 받고 가라. 그래서 사병들한테 경례하셨다는 일화도 있는데요. 참군인. 대한민국에서 진짜 군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우리 후배들. 아직 군에 있는 우리 후배들에게 얘기하신다면 어떤 부분 강조하실 수가 있을까요?

존경을 받고 싶으면 모든 권위를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문 열어주고 물 갖다 주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아랫사람들을 섬긴다는 그런 마음으로 하면 아랫사람들이 아래서 존경해줄 뿐만 아니라 또 자기 자신을 보살펴준다는 그것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Q. 아랫사람들을 먼저 섬겨라. 살펴라.

네.

Q. 네. 좋으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장군님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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