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2세 피해자가 1만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들을 위한 쉼터에는 고작 6명밖에 받지 못해요."
오는 6일 합천군 율곡면에 문을 열 '한국 원폭 2세 환우 쉼터'를 바라보는 합천평화의집 관계자의 표정은 착잡했다.
쉼터는 2010년부터 국내 원폭 2세 피해자를 위한 심리 치유 서비스 등 활동을 해온 합천평화의집이 자체 마련했다.
정부 지원도, 자금력이 있는 기업 후원도 없었다.
수 년간 민간 후원자에게서 받은 5천원, 1만원씩의 돈을 차곡차곡 모아 쉼터 조성에 8천만원 가까이 들였다.
쉼터는 200㎡ 남짓한 1층 건물에 자리했다.
안에는 방 3개, 상담실 1개, 화장실 2개, 부엌·거실·응접실이 있다.
비품은 선풍기·냉장고·밥솥 등 필수적인 것들만 들였다.
쉼터에는 오는 4일 원폭 2세 피해자로 시각 장애와 암을 앓는 2명이 먼저 입소한다.
이어 6일 공식 개소 이후 4명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합천평화의집은 질병이나 장애 정도 등을 고려, 혼자 생활이 어려워 도움이 시급한 원폭 2세 피해자 6명을 쉼터 입소자로 우선 선정했다.
향후 입소자를 늘릴 예정이지만 쉼터 규모상 10명까지만 가능하다.
안재은 합천평화의집 총무팀장은 3일 "다 갖춰서 하려면 못할 것 같아 일단 시작부터 하자는 마음"이라며 "쉼터 입소자들을 24시간 보살피는 게 목표지만 여건상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봐 가장 두렵다"고 우려했다.
등록자 기준으로 1천300여 명인 원폭 2세 피해자 가운데 합천에만 6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대구·부산 등 영남권에는 전체 피해자의 90% 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도움도 받지 못하면서 사회적 편견에만 노출돼야하는 사정 때문에 등록하지 않은 원폭 2세까지 포함하면 1만∼2만명까지 될 것으로 평화의집은 추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쉼터 입소자를 가려내는 데 고민이 많았다고 합천평화의집은 설명했다.
암과 각종 장애를 떠안은 원폭 2세 피해자들은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어 대부분이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안재은 총무팀장은 "지난 5월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피해자 후손 지원문제는 빠져 있다"며 "원폭 2세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한계점들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지만, 원폭 2세 피해자를 위한 쉼터를 개소한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원폭 2세를 위한 지원은 여태껏 전무했던데다 심지어 원폭 피해 발생지인 일본에서조차 없었다고 합천평화의집은 설명했다.
이남재 합천평화의집 사무총장은 "원폭 2세 피해자들이 겪는 질병을 개인적 천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부득이하게 민간에서 먼저 나서게 됐지만 더 늦기 전에 정부의 지원,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원폭 2세 피해자 1만명 넘는데…6명만 들어갈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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