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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식, 아나운서가 랩하는 게 이상한가요?

아나운서와 힙합,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아나운서가 스냅백을 비뚤게 쓰고 랩하는 모습을 상상이나 해봤나. 그것도 어설프지 않은 수준급 실력으로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콜라보레이션을 가능하게 만든 이가 있다. 바로 SBS 조정식 아나운서다.
 
“내가 조정식, 다른 캐스터는 내 점심
삼켜버리고서 소화해 볼래, I'm Justice
아나운서계의 래퍼, 난 존재하지 않던 캐스터”
-‘랩Q’ 조정식 랩 中-

조정식 아나운서는 SBS의 2016 리우올림픽 온라인 영상 콘텐츠 '랩Q'에 출연해 해설위원과 캐스터들을 소개하는 랩을 선보였다. 래퍼 정크클래스가 만든 비트와 멜로디 위에서 조정식 아나운서는 물만난 고기처럼 화려한 래핑을 쏟아냈다. 반응은 뜨겁다. 아나운서가 랩을 한다는 발칙한 상상이 현실화된 이 뮤직비디오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네티즌 사이에서 신선한 콘텐츠로 회자되고 있다.

사실 조정식 아나운서의 랩과 힙합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그를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일이다. 일찍이 선배인 SBS 배성재 아나운서를 동경하는 마음을 담은 랩곡 ‘배성재’를 발표해 재미와 놀라움을 동시에 안긴 바 있다. 또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인 SBS 파워FM ‘FMzine’에선 J6ix(제이식스)라는 예명으로 힙합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리우올림픽 중계를 위해 브라질로 떠나기 직전, ‘아나운서계의 래퍼’ 조정식 아나운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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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나서 영광이에요, 제이식스.

A. 하하하. 제이식스, 대학교 때 지은 이름이에요.

Q. 힙합을 정말 사랑하나 봐요. 아나운서가 랩을 한다는 게 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데, 래퍼로서 예명까지 있다는 게 신기해요.

A. 제가 음악편식이 심해요. 힙합만 들어요. 중학교 때부터 엄청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는 장비를 사서 랩하고 곡을 녹음하기도 했고요. 진지하게, 정말 래퍼가 되고 싶었어요. 대학교 땐 유튜브 제 채널에 녹음한 곡들을 올리기도 했어요.

Q. 그래서 랩을 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군요. ‘랩Q’ 영상을 보고 랩실력이 수준급이라 깜짝 놀랐어요. 올림픽 해설진과 캐스터들을 랩으로 소개하는데, 주인공인 래퍼가 아나운서라는 게 참신했고요.

A. 제작팀에서 제가 만든 ‘배성재’를 보고 연락을 주셨어요. 올림픽 콘텐츠로 ‘랩Q’ 시리즈를 만드는데, 때마침 사내에 랩하는 아나운서가 있다니 러브콜을 보내주신 것 같아요. 저야 좋았죠. 혼자 열심히 곡 작업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아무도 안 들어주면 기운 빠지거든요. SBS 콘텐츠로 제 목소리가 나가면 들어주는 사람이 많잖아요. 게다가 제가 회사일에 도움이 된다니 더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죠. 앞으로도 이벤트 때마다 이런 식의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어요.

Q. 이번에 리우올림픽 SBS 중계진에 포함됐잖아요.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올림픽은 처음이죠? (조정식 아나운서는 이미 지난 7월 31일 리우로 떠났다)

A. 글로벌 빅이벤트에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지난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처음 캐스터로 참여해 봤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올림픽으로선 처음이죠. 해외출장도 처음이에요. 캐스터로 가는데 중계팀에서 막내예요. 전 배드민턴, 비치발리볼, 탁구, 다이빙 이런 종목들을 중계할 예정이에요. 맡은 역할을 잘 해내서, 다음 번 이벤트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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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캐스터 쪽으로 계속 가고 싶은 건가요?

A. 중계가 정말 재밌긴 해요. 헤드셋을 끼고 막 소리치고 그런 게 되게 신나요. 그렇다고 중계만 하겠다는 건 아니고, 제게 중계를 시켰다면 그걸 잘 해내고 싶어요. ‘얜 이걸 못 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거든요.

Q. 중계 경험은 어떻게 쌓아왔나요?

A. 작년부터 축구중계를 시작했어요. 아시아챔피언스리그나 EPL도 중계했고, 다른 종목들도 기회가 생기면 해왔어요. 사실 아나운서들이 중계를 제일 부담스러워해요. 대본이 없고, 마가 뜨면 안 되고, 생방송이라 말실수도 하면 안 되거든요. 저도 처음 할 땐 힘들었는데, 꾸준히 중계를 해오며 지금은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어요. 올림픽은 스포츠 마니아만 보는 게 아니라 모두가 즐기는 축제이니, 좋은 중계로 잘 해내고 싶어요.

Q. ‘스타킹’ 같은 예능에 출연하며 보여준 끼나 힙합 좋아하는 거, 또 스포츠 중계를 즐기는 걸 보니 뉴스나 교양보단 이런 방면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은데요?

A. 선배 아나운서들에 의하면, 일한 지 3~4년 차쯤 되면 자기가 뭘 잘하는지, 어느 방면으로 가고 싶은지 감이 온다는데, 제가 딱 그 시기인데 아직 모르겠어요. 방송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제가 최근에 교양, 예능, 뉴스, 라디오, 스포츠 다섯 분야의 방송을 다 했어요. 예능으로 ‘스타킹’, 교양으로 ‘좋은 아침’, 라디오로 ‘FMzine’을 하며 틈틈이 주말뉴스와 스포츠 중계까지 했어요. 아마 방송 3사에서 그런 아나운서는 저밖에 없을걸요.

Q. 그만큼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시키는 일마다 척척 잘 해내기 때문에 다양한 기회가 오는 게 아닐까요. 아나운서 조정식만의 강점은 그거라고 생각되는데요?

A. 선배들이 워낙 출중해서 저만의 뭔가를 내세울 건 없지만, 유연한 게 나름의 강점이라 생각해요. 시키는 건 다 잘하려고 하고, 뭐든 잘 맞추는 편이죠.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과 맞추며 유연하게 방송하고 싶어요. 방송환경에 적응해 나가면서요. 감 떨어진 사람, ‘아재’가 되긴 싫어요. 나이 마흔이 되더라도 아나운서라고 무게 잡거나 교양 있는 척 하지 않고, 재미있는 거 많이 보고 나이랑 상관없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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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래 재미있는 것, 함께하면 즐거운 것,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 ‘스타킹’에서도 연예인 못지않은 예능감을 발휘하더라고요.

A. MC 강호동 형이 “대한민국 예능에서 ‘스타킹’ 패널 둘째 줄 자리가 가장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프로 자체가 연예인이 주인공이 아닌 데다가, 출연 연예인이 워낙 많으니 그 안에서 자기 분량을 뽑기 어렵다고요. 그래서 그런지 저도 처음엔 분량이 안 나왔어요. 제가 프로그램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자괴감도 들었는데, 호동이 형이 출연자들끼리 친해지고 편해지면 자연스럽게 예능감이 나오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더라고요. 실제로 호동이 형, 붐 형이랑 점점 가까워지면서 방송이 편해졌어요. 리액션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내기도 좋고요.

Q. SBS 파워FM에서 새벽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FMzine’이란 라디오도 진행하죠? 들어봤는데 잡지콘셉트라는 게 신선하더라고요. 조정식 아나운서란 이름 대신 ‘에디터’, ‘알렉산더조’, ‘제이식스’ 등으로 불리는 것도 색다르고요.

A. 아예 제 이름을 숨기고 싶었어요. 팟캐스트 중심으로, 콘텐츠로 승부를 보고 싶었거든요. 새벽 프로그램인데 청취율도 잘 나오는 편이에요. 제가 자체적으로 녹음해서 만든 광고도 틀고, 로고송도 제가 만들었어요. 사연 읽기보단 주로 전문가를 모시고 음악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데, 힙합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라디오 DJ는 진짜 할 수만 있다면 평생 하고 싶어요. 약간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제게 온 것에 정말 감사해요.

Q.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이야기, 좀 더 구체적으로 해줄 수 있을까요?

A. 매너리즘이 작년에 왔었어요. 혼자 말하는 게 위주인 라디오, 대화보다 VCR을 보며 정보 전달해 주는 방송, 혼자 서서 하는 스포츠뉴스를 했는데, 이런 방송들만 계속 하니 누구와 대화할 겨를이 없더라고요. 계속 혼자 방송하는 느낌에 그 때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그러다가 ‘좋은아침’에 들어가게 됐는데, 토크가 많아서 재밌더라고요. 이어 라디오가 개편되며 게스트가 들어와서 같이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고, 스포츠중계도 하고.. 그렇게 즐길 수 있는 방송들을 하게 되며 매너리즘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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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확실히 끼가 많아선지 즐겁게 임할 수 있는 방송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예능에 제대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스타킹’은 패널석에 앉아서 간단히 의견을 내는 정도로, 스스로 뭔가를 막 할 수 있는 포맷이 아니었잖아요?

A.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긴 해요.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에 멤버로 들어가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같이 으샤으샤 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그 분위기에 힙합까지 결합된 프로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A. 굳이 결합되지 않더라도, 힙합은 제가 얼마든지 녹여낼 수 있어요.(웃음) 거기에 쓰일 노래를 만든다든지, 그런 거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Q. 마지막까지 제이식스의 ‘힙합 사랑’은 숨길 수 없군요. 인터뷰한 김에 회사에 하고 싶은 말, 요청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하세요. 이런 기회, 쉽게 오지 않아요.(웃음)

A.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회사 내부 인력을 많이 활용해 주면 좋겠어요. ‘내가 랩을 잘하니, 날 써달라’ 이런 말이 아니에요. 기회를 좀 많이 주면 좋겠어요. 내부에도 능력 있고 자질있는 사람이 많거든요. 아나운서를 데리고 모험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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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제공, '랩Q' 동영상 캡처]
(SBS funE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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