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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아이 낳고 싶어요"…몸도 마음도 고통 받는 난임부부

[人터뷰+] "아이 낳고 싶어요"…몸도 마음도 고통 받는 난임부부
《 1.24명.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입니다.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OECD의 ‘초저출산’ 기준선은 1.3명,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에 속하게 된 것은 이미 10년전의 일입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매년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다시피 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낮은 편입니다.

정부의 출산 장려책 가운데는 난임 부부를 위한 지원 정책도 있습니다. 난임시술이 출산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 전체 신생아의 4.4%인 1만 9103명이 난임시술로 태어났습니다. 2만여명의 신생아가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인 시험관아기시술로 태어난 것이죠.

난임시술은 저출산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문젭니다. 난임시술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죠. 지자체의 형편에 따라 난임시술 지원금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기에도 무리해서 직장을 다니죠.
난임시술을 위해 퇴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에 난임시술 대상자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불규칙적인 시술 시기로 휴가를 낼 때마저 눈총을 받기 때문입니다. 임신을 위해 회사를 다니기도, 그만두기도 어려운 현 지원 정책. 난임시술을 위해 퇴사한 사례자를 통해 시술의 어려움과 현실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 기자: 난임시술을 위해 퇴사를 결정하셨다고요?

▶ 난임시술을 위해 퇴사한 사례자:

네, 퇴사한 지 한 5개월정도 됐어요. 저는 난임시술을 한 지 2년정도 됐는데, 시술을 하면 아이가 금방 생길 줄 알았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병원에서도 아기를 갖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편한 상태가 더 좋다고 해서 퇴사를 결정했어요.

▷ 기자: 직장에 다니면서는 어떻게 시술을 받으셨나요?

▶ 난임시술을 위해 퇴사한 사례자:

저는 인공수정을 하고 있어요. 다른 방식보다 경제적으로 덜 부담스럽고, 인공수정이 직장 다니면서 하기 수월해요. 입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은 절약되거든요. 과다 배란 확률을 높이려고 주사를 맞고 약도 먹어요. 난자를 채취하는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병원에 가야 해서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휴가가 필요하죠. 시술 후 휴식도 취해야 하는데, 계속 휴가를 쓰기가 쉽지 않아요.
▷ 기자: 직장에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나요?

▶ 난임시술을 위해 퇴사한 사례자:

제가 다니던 회사는 제도가 잘 마련된 편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회사에 눈치가 보이는 거죠. 업무적으로 꾸준히 그날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휴가를 내면 마무리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또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데, 제가 회사에 없으니까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다른 분들이 눈치주지 않아도 휴가를 쓴다고 말하기 부담스럽게 되죠.

《 난임시술을 받고 싶어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부부가 많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전국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난임시술을 받다가 중단한 부부의 28.6%는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난임 진단자 가운데 경제적 부담으로 시술을 아예 포기한 경우도 11.8%에 달했습니다.

체외수정인 시험관 아기시술 한 번에 평균 3백만 원이 듭니다. 시술은 성공률이 10~30%에 불과해 여러 차례 시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천만 원이 드는 것이죠.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비용의 3분의 1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지만, 지원대상이 아닌 난임 부부는 시술을 망설이기도 합니다. 》


▷ 기자: 난임시술 중에 어떤 부분을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시나요?

▶ 난임시술을 위해 퇴사한 사례자: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문제에요. 제 생각보다 많이 들더라고요. 저는 인공수정을 하고 있어서 1회 시술에 50만원에서 60만원 정도 들어요. 그런데 사실은 초음파 검사를 하거나, 약 처방까지 받다 보면 추가적인 비용이 더 들어가요.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 시험관아기시술은 돈이 더 들어서 아파트 한 채 날렸다는 말도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에요. 퇴사를 결정하기 전까지 가장 걱정됐던 부분이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과연 시술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어요. 저희 부부는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고, 제가 퇴사를 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죠.
《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편성된 예산이 넉넉지 않아 난임 부부들에게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난임 부부는 소득에 따라 일정 한도 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청자가 밀려 있어 해를 넘겨 지급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 기자: 난임 시술비 지원을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 경기도 A시 보건소:

작년 못 준 거에 3월 초쯤 접수된 것까지 해서 올해 예산이 다 쓰였고요. 그 이후에 접수하신 분들은 내년 초에 가능할 것 같아요.

《 2015년 정부 지원으로 난임 시술 지원을 받은 사람은 5만여 명으로 전체 난임 진단자인 21만명의 23.2%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내년 말 난임시술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방침이지만, 어디까지 적용할지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전문자는 난임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더라도 난임으로 실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협회장을 통해 정부의 난임시술 지원 정책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

▷ 기자:  난임 부부들은 시술비를 어떻게 지원받나요?

▶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협회장:

인공수정의 경우는 난임시술 대상자가 시술을 먼저 받아요. 본인이 시술 비용을 부담 하는 것이죠. 그리고 시술 이후에 지원금을 보건소에 신청합니다. 그러면 보건소가 대상자에게 입금을 하는 방식인데, 지자체의 재정형편에 따라 난임 부부들의 시술비가 우선순위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 기자: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부담이 덜하지 않나요?

▶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협회장:

문제는 정부 지원이 있어도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는 겁니다. 사실 지원이 없을 때는 시술비가 250만 원 안팎으로 다 해결이 됐어요. 그런데 정부 지원이 되면서 병원에서 무료로 제공했던 사안에 금액이 매겨졌어요. 병원에서 정부에 비용을 보고하는 방식도 문젭니다. 정부에서는 시술비 총액만 보고를 받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난임 부부들은 병원비 이외의 비용도 부담해야 해요. 그러니까 지원 금액이 정확히 산정되려면, 시술 대상자들의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한 내용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죠.

내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지원 사업보다 확실히 좋을 것이라는 확신은 못하겠어요. 난임 부부를 대표하는 단체나 시술 대상자들이 반드시 같이 참석해서, 그들이 원하는 맞춤정책으로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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