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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악취 숨막혀"…여수 조선소 주변 주민 고통

전남 여수시가 추진하는 조선소 집단화 부지 조성사업이 십수 년째 제자리걸음하면서 조선소 주변 주민들이 쇳가루와 소음, 악취 등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여수시는 그동안 조선소 집단화 사업을 위한 용역을 2차례나 했지만 갖가지 이유로 적절한 이전 용지를 확정하지 못해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여수시에 따르면 현재 돌산읍 우두리, 남산동, 신월동 등 원도심 해안 일원에 강선 조선소 3곳,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조선소 9곳, 수리 조선소 2곳 등 모두 14개 중소형 조선소가 난립해 있다.

이들 조선소 주변 주민들은 선박을 제조하거나 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음에 쇳가루나 페인트 분진 등으로 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두기 힘들 만큼 수십년 동안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남산동 모 조선소와 맞닿은 주택가에서는 지붕과 창틀 사이가 시커멓게 변할 정도로 쇳가루와 페인트 분진 등이 내려앉아 주민들이 여수시에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주민은 "지붕에 쇳가루가 내려앉아 지붕 색깔이 변할 정도로 심한데 주민들은 수십 년간 이를 마시며 살아 호흡기와 피부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더구나 각종 소음과 악취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조선소 측은 물론 여수시에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2001년부터 조선소를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곳으로 모으기로 하고 집단화 대상 부지 선정에 들어갔다.

2006년 5월 마무리된 대상지 선정과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서는 4개 후보지 가운데 신덕지구가 적합한 것으로 결론이 나왔지만, 한국석유공사에서 신덕지구를 동북아 석유물류 프로젝트의 핵심 기반시설인 탱크터미널 부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또 2014년 3월 두번째 용역을 벌여 돌산읍 진목지구를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오동도와 가까운 진목지구가 관광 미관을 저해해 위치가 부적절하다는 시의회의 지적과 태풍 등 재해 상습 피해 지역인 진목지구가 조선소 입지로 불가하다는 조선업체들의 의견에 따라 이 또한 무산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후보지로 거론되던 묘도·율촌지역도 광양항을 입출항하는 선박들의 운항에 지장이 있어 배제됐고 화양면 이목지구와 돌산 하동지구 등도 어업피해 영향 등을 이유로 없던 일이 됐다.

현 주철현 여수시장은 선거공약으로 조선소 집단화 부지 조성사업을 내세우고 해양산단조성기획팀(T/F)을 신설하는 등 사업 추진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부지를 선정하지 못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여수시는 현재 해양수산부에서 율촌2산단 인근에 추진하는 광양항 3투기장 항만 재개발 기본계획 단계에서 조선단지 부지를 반영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해수부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불투명한 실정이다.

그러나 해수부에서 반영하더라도 사업지구 준설이 2017년에야 완료되고 조선소 집단화를 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주민들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 관계자는 "해수부에 조선단지 반영을 건의했으며 올해 연말로 예상되는 사업시행자 모집 공고를 내기 전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해수부를 설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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