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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남다른' 우병우 민정수석은 어떤 신하?

[취재파일] '남다른' 우병우 민정수석은 어떤 신하?
한국 여자프로골프에 박성현이라는 프로 선수가 있습니다. 현재 상금랭킹 1위와 다승 1위를 달리는 등 국내에서 독보적 최강자로 평가를 받는 골퍼입니다. 이 선수의 별명은 ‘남달라’입니다. 외모도 보통 여자선수와 다른 점이 있지만 그보다는 경기적인 측면에서 특히 남다릅니다.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80야드나 될 만큼 남자 선수를 방불케 하는 호쾌한 장타가 일품입니다. 플레이 스타일도 시원시원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핀을 바로 공략하는 공격적인 스타일 때문에 팬들의 인기가 무척 높습니다. 본인도 ‘남다른’ 선수가 되고 싶어 골프백에 ‘남달라’라는 글자까지 새길 정도입니다.

최근 국내 언론에 의해 연일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도 남다른 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입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할 때 그의 학력고사 성적은 상위 0.01%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수재를 넘어 ‘천재’라는 말을 줄곧 들으며 성장한 그는 대학교 3학년이던 20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이른바 ‘소년등과’(少年登科)로 당시 신문에 보도될 만큼 이름을 떨쳤습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대한민국 약 130만 공직자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은 인물로 또 한 번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의 재산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만 400억 원이나 됩니다. 최근에는 법인차량으로 등록된 수 억 원의 최고급 외제승용차를 자녀를 위해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그는 이름도 남다릅니다. 앞에서 읽든, 뒤에서 읽든 ‘우병우’입니다. 이름에 담긴 한자의 뜻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병’(柄)은 권력의 ‘칼자루’, ‘우’(宇)는 천하를 가리킵니다. 즉 ‘병우’(柄宇)를 풀이하면 ‘천하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뜻이 됩니다. 누가 이름을 지어줬는지는 몰라도 권력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운명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우병우 씨가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민정수석’이란 점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민정’(民情) 수석이었지만 지금은 ‘민정’(民政) 수석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민정수석은 예나 지금이나 고위공직자의 검증은 기본이고 국민의 정서를 살펴야 하는 자리입니다. 국민을 위한 행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늘 파악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주된 임무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이 자리는 매우 중요하게 간주됐습니다. ‘사육신’으로 유명한 성삼문이 ‘동부승지’를 맡고 있을 때 수양대군(세조)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했습니다. 성삼문은 팔다리가 갈가리 찢기는 고통에도 수양대군을 ‘나리’로 지칭하며 절개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동부승지’는 형조, 즉 지금의 법무부를 관장하고 있던 관직으로 현재 민정수석의 역할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민정수석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대쪽 같은 선비 기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필수입니다.   

중국 전한시대의 대학자인 유향(劉向: BC 77~BC 6)은 임금을 보필해 백성을 돌봐야 하는 신하를 12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올바른 벼슬아치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육정’(六正), 사악한 벼슬아치를 역시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육사’(六邪)로 정리했습니다. 무려 2천 년 전의 분류이지만 현재 한국의 공직자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딱 들어맞을 만큼 날카롭기만 합니다. 이른바 ‘육정’과 ‘육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육정’(여섯 가지 올바른 신하)

1. 성신(聖臣)
-어떤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알아채고 예방해 군주를 편안하게 하는 신하

2. 양신(良臣)
-사심 없이 군주에게 예를 다하고 좋은 계획을 보고해 장점은 살리고 결점은 바로잡도록 돕는
  어진 신하 

3. 충신(忠臣)
-새벽부터 밤까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면서 현명한 사람(賢人)을 추천하고 
 덕행(德行)을 군주에게 권하는 신하

4. 지신(智臣)
-성공할 일과 실패할 일을 일찍 간파해 잘못될 일을 예방하고 화를 복으로 전환시켜 군주가
  아무런 걱정이 없도록 하는 신하

5. 정신(貞臣)
-법을 지키고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높은 급여와 하사품은 반납하고, 의복과 음식을
 절약하며 검소한 생활을 하는 신하

 6. 직신(直臣)
-국가가 혼란에 빠졌을 때 아첨하지 않고 군주의 면전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직언하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신하


*‘육사’(여섯 가지 사악한 신하)

1. 구신(具臣)
-관직과 지위에 안주해 공사(公事)보다는 사익(私益)에 힘쓰면서 오로지 돌아가는 정세에만
 신경을 쓰는 신하

2. 유신(諛臣)
-군주의 언행은 무조건 칭송하고 아첨하면서 남 몰래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갖다 바쳐
 군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지만 뒤에 닥칠 후환은 생각하지 않는 신하

3. 간신(奸臣)
-자기편을 등용하기 위해 단점은 숨기고 장점만 나열한다. 반대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장점은 숨기고 단점만 나열해 군주에게 상벌을 잘못 시행하게 하는 신하

4. 참신(讒臣)
-남의 잘못을 꾸며낼 수 있을 만큼 머리가 좋고, 남을 설득시킬 만큼 말도 잘하지만 안으로는
 친족을 이간질하고 밖으로는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신하.

5. 적신(賊臣)
-권세를 남용해 마음대로 규칙을 변경하며 오로지 자신 가족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당파를 만들어 자신의 지위만 높이는 신하

6. 망국지신(亡國之臣)
-간사한 말로 아첨해 군주가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하게 하고, 패거리를 만들어 군주의 눈을 속여,
 흑백(黑白)과 선악(善惡)도 구별하지 못하게 해 주변 나라까지 군주를 망신당하게 하는 신하


18세기 조선의 대표적 실학자인 성호 이익은 ‘육정육사(六正六邪)’란 글에서 “모든 벼슬아치는 육정이 아니면 육사에 해당하니 공정한 사람에게 어디에 해당하는지 분류하게 하자. 그러면 어찌 두려워 반성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온갖 의혹에 휩싸여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은 12가지 가운데 어디에 해당할까요? '충신'일까요? '정신'(貞臣)일까요? 아니면 '간신'일까요? '적신'(賊臣)일까요? 판단은 우리 국민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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