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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 주고 산 유물이 창고에…괴산농업박물관 '혈세낭비' 논란



충북 괴산군이 수억 원을 들여 매입한 향토 민속자료와 농업 유물의 절반 이상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방치돼 있어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무턱대고 사들인 민속자료와 유물이 3년째 창고 형태의 수장고에 쌓여 있지만 괴산군은 제대로 된 활용 방안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괴산군은 2014년 7월 44억 원을 들여 괴산읍 검승리 괴강관광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1천400여 ㎡)의 괴산농업역사박물관을 건립했다.

이듬해 9월 괴산에서 열린 세계 유기농산업엑스포 기간부터 임시 운영에 들어간 이 박물관은 농업 역사실과 농경 유물실 등을 갖추고 농업 발달사·농업 생활사·농기구 관련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의 전시품은 2013년 충주의 민속자료 수집가 안 모(73) 씨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당시 괴산군은 안 씨에게 3억 원을 주고 739점의 향토민속자료와 농업유물 등을 사들였다.

안 씨는 유물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근·현대 자료 수천여 점도 괴산군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이렇게 박물관이 소유한 민속자료와 유물 3천여 점 중 상당수가 안 씨로부터 취득한 것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현재 비싼 돈을 주고 매입한 민속자료와 유물 중 300여점이 창고 형태의 수장고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안 씨의 문제 제기에 따라 올해 초 3천만 원을 들여 수장고를 만들어 쌓아둔 것이다.

그동안 노천에 그대로 방치돼 있던 민속자료와 유물은 현재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상당한 예산을 들여 매입한 민속자료와 유물을 이렇게 방치한 이유는 뭘까.

애초 민속자료와 유물 매입 단계부터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이는 충북도 감사를 통해 여실이 드러났다.

괴산군은 수의계약을 통해 안 씨의 민속자료와 유물 등을 매입했다.

현행법상 수의계약 때 물품의 가격 책정은 감정평가법인 또는 감정평가사가 평가한 가격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괴산군은 문화재 관련 교수 2명과 전직 공무원 1명으로 감정평가위원회를 임의 구성, 이들의 의견만으로 물품구매 가격을 책정했다.

감사 결과 3억 원을 주고 매입한 민속자료와 유물 739점의 전시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정비가 필요했고, 이중 380점(구매금액 1억 2천여만 원)은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심지어 나락뒤주 등 15점(구매금액 900여만 원)은 훼손 정도가 심해 유물이라기보다는 폐품에 가까웠다.

유기농엑스포에 맞춰 박물관을 운영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전시관이 지어지기도 전에 민속자료와 유물을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등에 임시 보관장소를 만드느라 1천100여만 원의 추가 예산을 낭비한 배경이다.

괴산군 관계자는 "모든 민속자료와 유물을 가져가는 조건이 아니면 안 팔겠다는 안씨를 겨우 설득했다"며 "전시 공간보다 물품 수가 많았지만 유기농엑스포 기간 중 박물관을 운영하려면 그에게 물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유기농엑스포 기간 중 박물관 운영을 위해 필요 이상의 전시품 매입에 나섰고, 일부 하자가 있는 물품을 관리 없이 방치해 둬 지금처럼 상태가 더욱 악화한 것이다.

부실한 유물 관리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괴산군은 부랴부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이미 투입된 예산의 상당 부분은 회복이 불가능해 혈세 낭비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업역사박물관을 관리하는 괴산군시설사업소 관계자는 "올해 안에 소장 중인 민속자료와 유물의 시대별·용도별 분류작업을 다시 벌여 전체적으로 정비한 뒤 내년에는 계단 형태의 전시관을 일부 증축해 선별된 물품이 전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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