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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가족 계좌에 입금한 돈 인출해도 채무상속 의무 없어"

"숨진 가족 계좌에 입금한 돈 인출해도 채무상속 의무 없어"
숨진 가족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를 상속받을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시중 한 은행은 이번 판결로 상속을 포기한 채무자의 아내를 상대로 "빌린 돈을 갚으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A 은행이 숨진 고객 B씨의 아내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지난 2008년 7월 A 은행에서 4억 8천만 원을 대출받은 B 씨는 대출금을 갚지 못한 채 2011년 12월1일 숨졌습니다.

아내와 자녀를 비롯한 B씨 가족들은 이듬해 초 상속을 모두 포기했습니다.

B씨가 갚지 못한 돈은 지난해 7월 말 기준으로 원금 3억 7천여만 원에 지연손해금 1억 8천여만 원 등 모두 5억 5천여만 원에 달했습니다.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A 은행은 B 씨 아내가 상속포기 전인 지난 2011년 12월 20일 남편 계좌에서 5백만 원을 인출한 점을 들어 상속의무를 넘겨받았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8월 소송을 냈습니다.

B 씨의 아내는 남편 계좌와 연동 된 신용카드 대금을 내기 위해 자신의 돈 500만 원을 입금했다가 이후 사회보장급여 700여만 원이 입금되자 다시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판에서 A 은행은 "B 씨 아내가 상속포기 전에 피상속인인 남편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는데, 이는 상속재산을 처분한 행동으로 '단순승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순승인'이란 상속인이 재산을 물려받겠다고 수락하는 것을 뜻합니다.

민법 1026조에 따르면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처분한 경우 '단순승인'이 성립한 것으로 봅니다.

이는 상속받을 재산을 처분한 뒤에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상속분 중 채무 부분만 피하거나 다른 상속인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그러나 임 판사는 단지 남편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순승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B 씨 아내가 재산을 보존·관리하려 했을 뿐 처분하거나 빼돌리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본 겁니다.

임 판사는 "B 씨 아내는 상속받은 빚을 자신의 돈으로 갚으려다가 나중에 충분한 돈이 입금되자 변제 의사를 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행동을 '단순승인'으로 보고 채무를 상속받을 의무를 지운다면 처음부터 빚을 갚으려는 선량한 뜻을 품지도 않았던 경우 아무런 제한 없이 상속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할 때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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