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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내도 남는 장사"…유명 계곡 불법 영업 '기승'

"과징금 내도 남는 장사"…유명 계곡 불법 영업 '기승'
"계곡 물이 어딨지?"

경기도 의정부시 '안골 계곡'은 의정부 도심에서 차로 10분 거리로, 멀리 갈 여유가 없는 수도권 시민에게는 최적의 피서지 중 한 곳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막상 피서철을 맞아 안골 계곡에서 물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안골 진입로와 계곡 사이에 상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계곡으로 접근하려면 천막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진 상점을 통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디어 계곡 물이 보이는 곳에 도달하지만 근처 앉을만한 곳에는 빠짐없이 평상과 좌대가 들어섰습니다.

이날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계곡을 찾은 유 모(38·여)씨는 상점이 없는 곳을 찾아 산길을 더 걸어 올라갔습니다.

계곡 물에 발이라도 담그기 위해 식당에서 밥을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메뉴가 대부분 보신탕이나 삼계탕으로 아이들에게 권하기 적절치 않았고, 음식값도 3인 기준 10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약 1㎞를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상점이 없는 구간이 나타났지만, '이 구간부터 계곡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는 표지가 붙었습니다.

결국 유 씨는 자녀들과 함께 잠깐 계곡에 발을 담갔다가 '평상에 물이 튄다'며 항의하는 상점 업주들의 눈총을 이기지 못하고 1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안골 계곡 일대는 대부분 개발이 제한된 그린벨트 지역으로, 이곳에서 식당 등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또, 계곡 폭이 좁아 비가 많이 오면 근처에 있는 사람이나 시설물이 순식간에 휩쓸릴 수 있는 재해위험지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법 영업행위는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의정부 시민에게 안골은 계곡이라기보다 식당가로 인식됩니다.

의정부 시민 박 모(36)씨는 "의정부를 아는 사람이면 안골로 피서 안 간다"며 "안골은 외지인이나 중장년층이 보양음식 먹으러 가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법 구조물 설치와 철거와 재설치는 유명 계곡을 끼고 있는 의정부, 양주, 포천, 가평 등 경기 북부지역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됩니다.

과징금을 부과해도, 구조물을 철거해도 계속 영업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남양주경찰서는 운길산역 인근 북한강변 일대에서 불법 건축물을 짓고 영업하는 업주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는데, 이들은 5∼10년 이상 불법영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매년 남양주시가 단속해 300만∼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주말 하루 장사에 수백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장사를 멈출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번 단속돼 과징금이 올라가면 가족, 친척으로 명의를 바꿔 영업을 계속합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매년 강도를 더해가며 단속을 하고 있지만, 단속 후에도 다시 생기는 건축물들을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어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며 "처벌 강도가 강해지거나, 아예 계곡 출입을 제한하는 방법 외에는 근본적 대책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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