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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그 많은 '커피 일회용 컵' 쓰레기…누가 치워야 하나?

[리포트+] 그 많은 '커피 일회용 컵' 쓰레기…누가 치워야 하나?
서울 강남대로 길을 걷다 보면 다소 특이한 형태의 구조물이 눈에 띕니다. 높이 120㎝, 폭 70㎝ 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아이스 음료 컵. 지난 6월부터 서초구가 시범운영 중인 커피 컵 모양의 '재활용 쓰레기통'입니다. 쓰레기통이라고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서초구에서 무슨 이유인지 재활용 쓰레기통이 등장한 것이죠.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바로 커피 전문점에서 쏟아져 나오는 일회용 컵 때문이었습니다. 서초구가 앞서 최근 두 달간 거둬들인 쓰레기 내용물을 조사한 결과, 일반 쓰레기는 7% 에 불과했던 반면,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는 93%로 압도적이었습니다. 특히 재활용 쓰레기의 97%가 커피 전문점에서 나온 일회용 컵이었던 것이죠.

[ 서초구청 측 관계자 ]
"서초구는 생활쓰레기 무단투기와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길거리 쓰레기통이 없는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대로의 경우, 일회용 음료 컵 등 재활용 쓰레기가 9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에 착안해 이러한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서초구는 강남대로의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들과 공동으로 일회용 컵 재활용을 위한 쓰레기통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자 이를 계기로 다른 지역에서도 일회용 컵의 발원지인 커피전문점을 비롯한 업체에 일종의 '쓰레기 유발 분담금'을 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 쓰레기통 설치할까, 말까…지자체들의 '고민'

넘쳐나는 일회용 컵을 두고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서울시와 구청의 입장은 서로 다릅니다. 서울시는 쓰레기 없는 쾌적한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대로 같은 시내일수록 재활용 전용이나 길거리 쓰레기통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서울시 관계자 ]
"환경부와 공동으로 커피전문점, 편의점에 점포 부담으로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매년 구청 인센티브 평가 때 쓰레기통 설치 개수로 청소 분야 가점을 주고, 설치 예산을 연간 6천만 원을 자치구에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쓰레기통 설치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쓰레기 투기 문제 때문입니다. 길거리 쓰레기를 줄이고자 쓰레기통을 늘리면 오히려 가정용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얌체족'이 늘어난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일회용 컵 쓰레기를 내버려둘 수도 없어서 고민입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서초구의 커피 컵 재활용을 위한 전용 쓰레기통인 거죠. 문제는 커피 일회용 컵만 버리라고 둔 재활용 쓰레기통에 사람들이 반드시 재활용품만 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 서초구청 측 관계자 ]
"낮에는 분리수거가 잘 지켜졌지만 밤 시간대일수록 일반 쓰레기와 섞어 넣는 비율이 늘어납니다. 음료가 남아 있는 상태로 컵을 버리면 쓰레기통 바닥에 물이 고여 악취도 나고 수시로 거둬가고 관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처럼 구청 지자체들은 쓰레기통을 설치하고도 관리 노력이 계속 따르기 때문에 설치를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습니다.
● 쓰레기 처리 결국은 누구의 몫일까?

그렇다면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유럽이나 일본은 자신의 쓰레기는 본인이 책임지고 집에 가져가는 것이 당연한 시민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길거리에 쓰레기통을 많이 배치해서 비교적 쓰레기 처리에 관대한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쓰레기 처리 비용이 막대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쓰레기 처리와 관련한 예산은 적은데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아무 데나 버리면 그만이라는 시민의식도 팽배합니다. 쓰레기통을 설치했을 때 그곳에만 버리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쓰레기통 설치 대신 환경미화원이 매번 청소하는 게 낫다고도 말합니다.

[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버리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민의식 수준이 일정 단계 올라갔을 때 가능합니다. 그때까지는 현실성을 인정하는 최소 수준에서 설치해놓고 시민과 기업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각에서는 한때 시행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사용한 일회용 컵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것으로, 2003년부터 5년간 시행하다가 2008년 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됐습니다. 폐지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내걸었던 공약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재활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의 자율협약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자, 환경 시민단체는 보증금 제도 부활을 거듭 제기하고 있습니다.

[ 환경시민단체 관계자 ]
"보증금 제도는 규제가 아니라,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보증금 제도 등의 부활로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소비자 홍보를 강화해야 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 컵 사용량은 연간 12만 톤, 약 230억 개입니다. 재활용되지 못한 채 매년 거리에 나뒹구는 일회용 컵만 해도 360억 원어치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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