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범죄에 연루돼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 인사들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특히 대학 스포츠 선수들이 체포되거나 중형에 처해졌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데요, 지난달 모처럼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 대학 풋볼 선수가 성범죄를 일으킨 게 아니라 성범죄를 막아내서 화제가 됐습니다. 박병일 특파원의 취재파일입니다.
주인공은 플로리다 주립대 미식축구팀의 라인벡 크리스챤 가르시아입니다. 그는 동네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요, 지난 21일 새벽 가게가 문을 닫을 때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쓰레기통 앞에 한 쌍의 남녀가 가깝게 붙어 서 있었는데 여성의 바지가 내려져 있었고 다른 여러 명의 남성들이 둘러싼 채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10분 전쯤에는 지나가던 순찰차도 그들에게 강한 라이트를 비추며 경고하는 모습을 봤다고도 전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가르시아는 동료와 함께 바로 바깥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그랬더니 여성은 잔뜩 취해서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축 처져 있었고 속옷도 벗겨져 있었는데요, 이를 구경하던 남성들은 낄낄대며 바라보고만 있었고, 가르시아가 개입하려 하자 둘이 애인 사이니 그냥 놔두라고 했습니다.
여성을 치근덕대던 남성도 자신의 여자친구니까 신경 끄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때 가르시아는 얼마 전 학교에서 한 지방 검사로부터 들었던 강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여성이 술에 취했거나 마약을 했다면 어떤 경우에도 성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만약 여성의 동의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닌 약이나 술에 취해 무의식 상태에서 내뱉은 말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가르시아는 그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아 동료와 함께 여성을 남성으로부터 끌어낸 뒤 가게로 부축해 데리고 들어와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알고 보니 남성들은 여성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그저 친구가 한 여성에게 성폭행하려는 장면을 즐기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에 붙잡힌 35살의 가해 남성은 스무 살 피해 여성이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고 진술하며 실제 성행위는 하지 않았으니 무죄라고 주장했는데요, 결정적으로 이 역시 거짓말임이 드러났습니다.
동료가 혹시나 해서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놨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여성은 누가 보더라도 술에 취해 정신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습니다.
아마 이 증거 영상이 없었더라면 피해 여성이 뒤늦게 남성을 고발했다 해도 잔혹한 성폭행이 상호 합의 하에 이루어진 애정 행각으로 둔갑했을 겁니다.
[크리스챤 가르시아/플로리다주립대 미식축구팀 : 친구 다섯 명이 보고 있었어요. 친구들이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는 제게 주먹을 휘둘렀고 바닥으로 고꾸라졌어요.]
성폭행을 시도한 이 남성은 중범죄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돼 우리 돈 6억 원의 보석금을 내야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는데요, 외신들이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미국은 성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나라지만, 성범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기준은 동의가 있었느냐인데, 여기서 동의는 단순한 동의가 아닌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동의입니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가르시아는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절대 수수방관하지 말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월드리포트] 성범죄 막은 대학 축구 선수…'애정 행위'로 둔갑할 뻔한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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