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 있는 건 다 팔아라."
은행들이 갖고 있던 부동산을 대거 매각하면서 자산 확충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에서 나름 선방했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대마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농협·신한·우리 등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까지 22건, 746억원 어치의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작년 1년간 팔아치운 부동산의 매각액을 반년 만에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5대 은행은 작년 22건, 702억원 어치의 물량을 매각했다.
2014년, 2013년과 비교하면 올해 부동산 매각규모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 은행은 2014년과 2013년에 부동산을 매각해 각각 277억원, 180억원을 거둬들였다.
올 부동산 매각 규모는 2013년의 4배를 넘는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에도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어서 이들 은행의 올해 전체 부동산 매각규모는 1천억원대를 넘을 전망이다.
은행 가운데는 KEB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팔고 있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7개 지점을 매각해 이미 498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하반기는 매각 속도를 더욱 높여 47개 지점을 통폐합한다.
주로 동일지역 내 근접 중복점포를 중심으로 통폐합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전산통합을 완료해 옛 하나, 외환의 모든 영업점에서 같은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모회사인 하나금융은 서울 명동에 있는 KEB하나은행 본점도 매각하기로 하고, 이미 매각 주관사 선정에 나선 상황이다.
명동 노른자 땅에 있어 매각가가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보다 3.3배 많은 8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 2013~2015년 부동산 판매 누적액이 48억원에 불과한 점에 견줘 비약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농협은행도 6개월 만에 지난해 부동산 매각액(51억원)에 근접한 41억원어치를 팔았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4건을 매각해 약 73억원을 확보했다.
작년 매각액(132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간을 고려하면 작년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이 이처럼 너도나도 자산을 매각하는 이유는 순이자마진(NIM) 감소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순이자마진은 3월 말 기준 1.5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6월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추가 인하됐기 때문에 앞으로 순이자마진이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당장은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많이 들어와 나름대로 버티고 있지만, 투자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 돈이 빠져나갈지 몰라 '실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은행들이 부동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비대면 거래가 90%를 넘어가면서 지점의 중요성이 줄어든 영업 환경의 변화도 이 같은 은행의 '부동산 팔기'에 한몫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전국 은행 점포 수는 7천217곳으로, 1년 전인 작년 3월 말(7천356곳)보다 139곳 줄었다.
반면 비대면 거래는 90%를 넘었다.
지점을 줄이면 당장 매각이익이 생기는 데다 비용의 큰 부문을 차지하는 판매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선 비용을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비대면 거래 급증으로 지점 활용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비용절감과 업황 변화 차원에서 은행들은 지점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