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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골키퍼 김병지, 그라운드를 떠나는 K리그의 전설

<앵커>

K리그 통산 최다 706경기 출장, 229경기 무실점 기록, K리그 최초 골키퍼 득점 기록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K리그의 새로운 역사가 됐습니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아름다운 은퇴를 선언한 김병지 선수, 오늘(28일) 초대석에 모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지난주에 SNS를 통해 은퇴를 선언하셨는데 35년이라는 긴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만큼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김병지/전 축구국가대표 선수 : 프로 생활 24년을 했고요.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했고, 2008년 허리 부상을 당한 이후 사실상 은퇴 선언을 받았지만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을 더 했기 때문에 기쁜 마음이었고, 팬들에게 제일 먼저 소식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어느 선수보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하셨지만 사실 축구선수로서의 출발은 그렇지 순탄치 않으셨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하시고 진로를 잡지 못해서 일반 직장 생활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축구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김병지/전 축구국가대표 선수 : 과정은 참 힘들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 대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곳은 그 당시 회사 이름이 금성산전인 현재 LG오티스, 엘리베이터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1년 하고도 좀 더 많은 시간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축구의 꿈을 키웠는데, 사실 지금 보면 포기라고 보는 게 맞거든요. 제가 개인운동이나 프로팀으로 가기 위한 훈련을 하니까 다들 가능성 없는 꿈을 키워 가는 회사원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하셨고, 많은 경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궁금한데요, 본인도 그러셨겠지만 팬들 입장에서도 지난 1998년 포항과의 경기에서 직접 헤딩골로 득점을 하신 경기를 많이 기억할 텐데요. 당시 기억이 아직 뚜렷하신가요?

[김병지/전 축구국가대표 선수 : 네, 기억합니다. 그 경기는 한 경기로 끝나는 게 아니고 플레이오프를 통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저희들이 먼저 어웨이를 갔었습니다. 포항스틸러스 구장에서 저희들이 첫 게임에서 3대 2로 지고 왔으니까 홈에서 무조건 한 골 차 이상 이겨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역사가 이루어지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90분 다 지나고 나서 스코어는 1대 1이었습니다. 루즈타임 때 프리킥이 나와서 제가 공격을 가담했었는데, 그 당시 헤딩골이 이루어졌고요. 또, 10월 24일이 와이프 생일이거든요, 그런데 그 전날 통화를 하면서 생일선물을 뭘 해주면 좋겠냐고 물었었는데 '골이나 한 골 선물해줘 봐'라고 하기에 제가 웃었죠. 골키퍼는 골을 넣는 포지션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역사가 이루어졌던, 정말 값진 선물의 골이었습니다.]

그때, 헤딩을 해서 골이 들어간 걸 확인한 순간 기분이 어떠셨어요?

[김병지/전 축구국가대표 선수 : 정말 놀랐습니다. '이럴 수가', '설마' 했던 게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감동적이었고, 저 역시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해서 프로선수로서 확고한 자리도 얻고 인기도 얻으셨는데, 그 이후에 아쉬웠던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또 있었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표선수로 뽑히기는 하셨지만 한 경기도 못 나가셨어요. 그 당시 상당한 오랜 기간이었을 텐데 솔직히 기분이 어떠셨어요. 인간적으로 어렵지 않으셨어요?

[김병지/전 축구국가대표 선수 : 두 가지가 공존했습니다. 하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큰 영광을 얻어서 기뻤고, 또 하나는 말씀하신 대로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경기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야 했는데,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3-4위전에서 한 경기 정도 뛰게 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끝까지 못 뛰었어요. 아쉽다면 그 아쉬움이었는데 그 이후에 제가 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지혜로움도 배웠고, 또 고참 선수가 어떻게 하면 감독님께 사랑을 받고 또 어떻게 팀의 리더로 있어야 하는지 배웠기 때문에 나중에 히딩크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정식으로 은퇴 경기는 9월 18일, 친정팀인 울산 현대와 포항스틸러스 경기를 통해 공식 은퇴식을 한다고 하는데, 두 팀 모두 김병지 선수와 굉장히 인연이 깊죠.

[김병지/전 축구국가대표 선수 : 네, 그렇죠. 제 축구 고향은 울산 현대 축구단이에요. 특히 제 축구 꽃을 피우게 해 준 곳도 울산 현대니까 너무 감사하고, 포항스틸러스의 경우에는 제가 물론 옮기기 전에는 라이벌로서의 구도는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제가 포항스틸러스로 옮기면서 울산만 만나면 유독 잘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만나면 울산이 포항한테 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사실 '김병지의 저주가 걸려있다'는 표현이 있었고, 그 시초가 사실 '동해안 더비'의 첫 출발입니다.]

은퇴 이후에 상당한 준비를 해 두셨다고 봐야겠죠,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김병지/전 축구국가대표 선수 : 제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제가 성장을 할 수 있었거든요. 지금 시대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어려움이 있는 후배 선수들이 많으니까 그 후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할 것 같고, 그 다음에 축구 포지션에서 골키퍼는 특수한 포지션이다 보니 열악한 환경에서 잘 모르고 운동을 배우고 있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에게도 경험과 기술들을 전수 해 주고 싶고요. 그리고 제가 앞으로 지도자든, 한국 축구를 위해서든 그런 방향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국가대표로 또, K리그 선수로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신 만큼 앞으로 지도자로서 많은 발전을 위해 기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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