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피의자 조 모 씨 (사진=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쪽 오렌지카운티 법정에서 19일(현지시간) '35년 지기' 중학교 동창을 총으로 살해한 50대 한인 남성의 가슴 아픈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5년 전인 2011년 1월 24일 저녁 LA 남부 애너하임의 한적한 교외에서 피의자 조 씨는 한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자신을 찾아 미국에 도피해온 친구 이 모(당시 50세) 씨를 등 뒤에서 총으로 쐈습니다.
다음 날 새벽 발견된 이 씨의 시신은 그가 빌린 렌터카 옆에 쓰려져 있었고,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등 뒤에는 진흙 발자국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렌터카 뒷바퀴에는 펑크가 나 있었고 차체를 들어 올리는 기구인 잭(Jack), 담배꽁초도 놓여있었습니다.
이 씨가 늦은 시간 타이어를 갈다가 강도를 만나 살해된 것처럼 위장돼 있었던 것입니다.
경찰은 이 씨의 미국 행적을 조사하다가 친구 조 씨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조 씨는 당시 경찰서에서 "사건 당일 이 씨와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면서 "다음 날 온종일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수사관의 집요한 추궁에 조 씨는 "친구가 한국에서 모텔 사업에 망하고 결혼생활도 파탄 나 미국에 도피해왔다"면서 "그는 몇 달 전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친구가 총을 사들이고 장소도 물색하는 등 강도 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면서 "사건 당일 친구가 일부러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사물함을 헝클어놓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조사관은 이 씨가 한국행 비행기 표를 사놓았고 부인에게 '조만간 한국에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와 꽃을 보냈다는 사실을 들이대며 조 씨를 몰아붙였습니다.
그러자 조 씨는 "친구의 사업 빚보증으로 한국에서 집까지 날리고 미국에 건너와 고생을 했다"면서 "그는 몇 달 전부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미국 당국에 알려 추방하겠다고 협박까지 해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이어 "친구는 술에 취한 채 내 아내도 성폭행했다"면서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면서도, 친구의 제안에 따른 '촉탁 살인'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조 씨를 종신형이 가능한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날 법정에서 조 씨의 국선 변호인은 "조 씨가 친구 부탁에 따른 '촉탁 살인'을 한 것"이라고 변론하면서, 숨진 이 씨가 한국에서 들어놓은 생명보험금 5억 원을 가족에게 남기려 했다는 증거물도 제출했습니다.
이들의 오랜 친구인 송 모 씨는 "숨진 이 씨는 언제나 친구들 사이에서 군림하려고 했고 자기 뜻대로만 하려고 했다"면서 "반면, 조 씨는 누구에게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조 씨의 부인도 증인으로 나와 "이 씨가 한국에서부터 추근댔으며 미국에서 2차례나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너무 수치스러워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최후 변론에서 "내가 그 친구를 좋아했든 증오했든 어쨌든 그는 내 친구였다"면서 "나는 그에게 '그만 끝내자'고 했고 그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검사 스콧 시먼스가 "당신이 친구 뒤에서 직접 방아쇠를 당겼는데도 친구를 구하려고 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조 씨는 "친구가 아내에게 모욕을 줬을 때만 죽이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조 씨에 대한 선고공판이 이번 주로 예정된 가운데 배심원들이 조 씨의 범행을 감정폭발에 따른 우발적 살인으로 결론을 내릴지, 아니면 계획적 살인으로 판단할지 주목된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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