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할 땐 경찰관으로, 쉬는 날에는 이발사로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곳은 거동 불편한 환자들이 많은 정신병원이나 요양병원입니다. 매일 가위를 들고 이발봉사를 하며 머리카락이 덥수룩해진 환자들을 찾아가는 것이죠. 그렇게 매주 50명의 머리를 말끔히 정리해줍니다.
하지만, 그가 경찰이란 사실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 그는 경찰 신분을 숨기고 이발 봉사에 나선 것일까요? SBS 취재진은 김종후 경위를 통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 기자: 이발봉사를 얼마나 하셨죠?
▶ 김종후 경위:
2011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까 벌써 5년째네요. 근무가 있을 때 빼고는 매일 해왔어요. 이제 봉사는 습관이 됐죠. 안 가면 오히려 몸이 더 무겁더라고요. 무엇보다 저를 기다려주는 단골손님도 계시고요.
▷ 기자: 주로 환자들을 만나신다면서요?
▶ 김종후 경위:
네, 주로 요양병원 등에 계신 어르신들이죠. 거동이 힘드시다 보니 몇 주 만에 찾아가면 덥수룩하세요. 거울 볼 때마다 아주 답답하셨나 봐요. 절 만나면 “아따, 오랜만에 오셨네요잉" 하시면서 엄청 반겨주시죠. 제가 왔을 때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치길 바라셔서 그런지 항상 주문은 같아요. 스포츠머리로 해달라고요.
▶ 김종후 경위:
파킨슨병에 걸린 장인어른께서 10년째 요양원에 계세요. 우연히 요양원에 방문하던 날, 이발봉사를 하는 분들이 눈에 들어왔죠.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군대에 있을 때 이발을 도맡아 했던 기억도 떠올랐고요. 머리 잘 깎는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 기자: 그래서요?
▶ 김종후 경위:
봉사단 회장님께 간곡히 부탁했죠. 저도 봉사하게 해달라고요. 손재주가 좋아서 그런지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한 날엔 조금 떨렸어요. 35사단 훈련소에서 훈련병 머리를 깎았는데 봉사단 회장님한테 칭찬받았어요. 조금만 실력을 다듬으면 잘할 것 같다고요. 그 이후로 정식 봉사단 회원이 돼서 빠짐없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죠.
▷ 기자: 주변에서 직업이 경찰이라는 걸 아나요?
▶ 김종후 경위:
모르죠. 경찰관이라는 생각들을 전혀 안 하세요. 사실 저도 굳이 직업을 말하지 않죠. 단지 봉사하러 가는 거니까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간호사를 통해 제가 경찰관이란 걸 알면 다들 놀라세요. 제가 이발소 운영하는 사람인 줄 알았대요.
▶ 김종후 경위:
경찰관은 업무 특성상 포커페이스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거친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웃을 일도 적고, 표정도 딱딱해지더군요. 이발 봉사하고 나서부터는 잃었던 저의 다양한 표정을 되찾았죠. 삶의 활기가 생긴 건 물론이고요. 무엇보다도 변변찮은 솜씨로 누군가에게 큰 무언가 베풀 수 있다는 점이 제게 행복이었어요.
▷ 기자: 봉사를 끊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요?
▶ 김종후 경위:
요양병원에 가면 곧 돌아가실 것 같은 와상환자들이 많아요.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깔끔하게 보살펴 줘서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실 때는 마음이 정말 짠하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봉사를 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김 경위는 SBS 취재진이 인터뷰하려고 전화했을 당시에도 전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의 머리를 깎고 있었습니다. 경찰관과 이발 봉사자로서 두 인생을 사는 그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 기획·구성: 임태우·김다혜 / 디자인: 임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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