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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욕 듣고, 차별받고…죽어서도 못 벗는 '기간제 교사' 굴레

맞고, 욕 듣고, 차별받고…죽어서도 못 벗는 '기간제 교사' 굴레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김초원·이지혜 교사가 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순직처리도 안됐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됐지만 죽어서도 기간제라는 굴레에 얽매어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한 단원고 기간제 교사 유족들이 외침입니다.

최근 기간제 교사라는 신분 탓에 학생에게 맞고, 동료 교사들에게 막말을 듣고, 차별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전남 신안군 섬마을 성폭행 당시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기간제 여교사가 사표를 냈습니다.

이 여교사는 일부 누리꾼에게 엉뚱하게도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성폭행 피해자로 몰려 신상이 털렸습니다.

누리꾼들은 기간제 교사 계약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에 범행의 표적이 됐다는 글도 서슴없이 올려 여교사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기간제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빗자루로 맞고, 욕설을 들었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학생들은 처음에 자신들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을 때 피해 교사가 크게 꾸짖지 않자 계속 비행을 저지르다가 사건 당일 폭행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사건 이면에 기간제 교사 신분이 작용했음을 암시했습니다.

이 기간제 교사는 자신을 때리고 욕한 학생들을 오히려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해 학생들은 단순 폭행으로 기소돼 형사처벌을 면했습니다.

최근 광주에서는 초등학교 30대 기간제 여교사가 동료 교사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욕설을 들었다며 사표를 내고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2014년 부산 모 고교에서 '딸처럼 생각하는데 한번 안아봐도 되겠느냐'며 여교사를 껴안는 등 기간제 여교사들을 성추행한 50대 수석교사가 최근 벌금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간제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교사의 간절함을 악용해 사기를 벌인 일도 연이어 터졌습니다.

부산지법은 지난달 알선수재와 배임수재로 기소된 부산 모 특수학교 전 교장(57·여)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1억7천만원을 추징했습니다.

이 교장은 중년 여성에게 "기간제 교사인 아들을 내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의 정교사로 채용하겠다"며 수표로 7천만원을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광주에서는 근무중인 기간제 교사들을 상대로 채용해주겠다며 7억원을 받아 챙긴 모 사립학교 이사장 등 3명이 기소됐고 충남 공주의 한 중학교 교장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기간제 교사 채용 대가 등으로 3차례에 걸쳐 교사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의 기간제 교사는 지난해 4월1일 기준 4만7천명(초·중·고교만 따지면 4만2천여명)으로 전체 교원 48만9천여명의 10% 수준입니다.

기간제 교사는 휴직, 파견, 연수, 정직, 직위해제 등으로 정규 교사의 결원이 생겼거나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 때 기한을 정해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 가운데 임용됩니다.

육아휴직 교사들이 늘면서 기간제 교사 채용도 늘고 있고, 기간제 교사의 업무도 담임을 맡는 등 정규 교원과 다를 바 없지만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신분 불안은 각종 차별과 피해의 근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법률적 지위에서도 이들의 신분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간제 교사의 성과상여금 지급과 관련한 소송에서는 1, 2심에서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이라는 판단이 내려졌고 대법원 판결만 남았습니다.

반면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 여부를 두고 인사혁신처는 이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근로자'라는 판단을 내세워 순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광주의 기간제 교사 김모(35)씨는 "선생님이라고 모두 똑같이 부르지만, 학생들도 기간제 교사 신분을 알아채고 다르게 대함을 느낀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은 물론,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 각종 사건에 대한 대응에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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