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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슈틸리케호, 안방에서 '원정경기'를?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 5만 명 원정 응원단 '주의보'

[취재파일] 슈틸리케호, 안방에서 '원정경기'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9월부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 돌입합니다. 중국과 이란, 카타르, 시리아, 우즈베키스탄과 A조에 속한 우리나라는 최종 예선에서 조 2위 이상을 확보해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설 수 있습니다.

2017년 9월까지 1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장기 레이스를 산뜻하게 출발하기 위해 오는 9월 1일 중국과 1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이 19일 취재진과 만나 중국과의 홈 경기가 ‘중국 원정 경기’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지 않을까 우려를 표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붉은 악마’보다 더 많은 중국 축구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다는 걱정이었는데요,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중국 축구대표팀
● 중국, 5만 석을 원한다

중국축구협회 마케팅팀의 관계자 2명이 지난 11일 대한축구협회를 방문하면서 중국의 대규모 원정 응원단 준비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중국축구협회 관계자는 한국 원정경기를 위해 숙소, 이동 동선 등을 파악하기 위해 방한하면서 대한축구협회까지 직접 방문해 입장권을 미리 판매할 수 있는지 문의를 했습니다. ‘미리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5만 장을 구매할 수 있는지’ 등 질문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A매치가 수차례 열렸지만, 중국축구협회가 대량의 입장권 구매를 문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대한축구협회도 의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유를 알아 보니 중국 여행사의 ‘한국 투어’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중국 내에서 뜨거워진 축구 열기에 편승해 여행사들이 ‘대한민국 VS. 중국’의 A매치 관전을 패키지 여행 일정에 포함시켰고, 2만 명이 몰릴 만큼 광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겁니다.

이에 경기장 입장권도 없이 미리 여행 상품을 판매한 중국 여행사들이 중국축구협회에 지속적으로 입장권 구매를 요청하자, 대한축구협회까지 방문하게 됐습니다. 중국축구협회는 국내 거주 중국인까지 감안해 입장권 5만장을 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전례가 없던 경우이고, 원정팀에 티켓을 대량 할당하는 게 의무가 아닌 만큼 대한축구협회는 선판매 불가 방침을 중국축구협회에 전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연합)
● 홈 경기장이 중국 팬들로 가득찰까

국내에서 A매치가 열릴 경우, 대한축구협회는 보통 경기일 2주 전부터 입장권 인터넷 예매를 시작합니다. 인터넷 예매 후 남은 입장권은 경기 당일 현장 판매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인터넷 예매 오픈 시기를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미 2만 명 이상 관광객을 모집한 중국 여행사가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입장권을 대량 예매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말입니다.

“국내 축구팬의 인터넷 예매 패턴을 보면 보통 경기일 며칠 전에 예매가 몰리기 때문에 국내 팬들이 입장권을 사기도 전에 중국 여행사가 모든 입장권을 예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예매를 국내로 제한할 수도 없고, 어떤 제약을 둔다고 하더라도 중국 여행사가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예매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는 인터넷 예매 시작일자를 늦춰 국내 축구팬들이 더 많이 입장권을 예매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받은 슈틸리케 감독도 큰 우려를 표했습니다.

“제가 중국과 맞붙은 것은 동아시안컵 때 한 번뿐이지만 그때와는 다른 경기가 될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중국이 우리보다 준비 기간이 훨씬 길 것이고, 많은 원정 팬들이 온다고 합니다. 입장권 3만 장 이상을 달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홈임에도 중국 응원단으로 뒤덮인 채 경기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관중석 규모가 6만 6천여석인데, 중국이 5만장 티켓을 가져간다면 관중석 대부분을 중국 응원단이 차지하게 됩니다. 중국 여행사가 대량으로 입장권을 예매할 경우, 슈틸리케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아무리 중국과 A매치에서 17승 12무 1패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홈 경기장의 분위기를 상대에게 내주게 된다면 선수들의 심리적 동요는 실제 원정경기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슈틸리케호가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과 함께 안방에서 첫 승을 수확할 수 있도록, 한국 축구 팬들의 열정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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