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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야쿠자 중간 보스 잡고 보니…권총, 실탄에 30억대 마약까지"

[취재파일] "야쿠자 중간 보스 잡고 보니…권총, 실탄에 30억대 마약까지"
부산경찰청이 지난 7일 부산의 한 주택가 내연녀의 집에 숨어 살던 일본 야쿠자 조직원을 검거했습니다. 이름은 김 모 씨(44세 일본 이름 긴조 OOOO).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악명 높은 폭력조직인 구도카이(공등회)의 중간 보스입니다.

당초 경찰은 “일본 야쿠자 조직원이 필로폰 1kg을 갖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3개월간 은밀하게 추적 해왔습니다. 그런데 은신해 있는 집을 습격해 잡고 보니 놀랍게도 실탄 8발이 장전돼 있는 구 소련제 TT-33 권총 한 정과 실탄 11발이 나왔습니다. 입수된 권총은 7.62mm 구경의 제식권총으로 유효사거리는 35m입니다.

또 시가 31억 8천만 원 상당의 필로폰 956g도 나왔습니다. 이는 3만 1,8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일회용 주사기 천여 개와 현금 2,200만 원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동안 일본 야쿠자나 러시아 마피아가 은밀하게 권총을 국내로 들여온다는 소문이 나돌기는 했지만, 그 실체가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003년 4월 17일 부산 영도의 한 아파트에서 러시아 마피아 두목 ‘나우모프 와실리’(54)가 살인청부업자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살인청부업자가 사용한 권총은 사제권총이었지만, 이번엔 사제권총이 아닌 정품이었습니다.

‘총기 안전지대’인 한국에 경고등이 켜진 겁니다. 
 
● 권총 밀반입…언제, 어디서, 어떻게? 
러시아제 TT-33권총은 1933년경 (구)소련에서 개발해 2차 세계대전 때까지 사용했던 모델이라고 합니다. 그 뒤 중국과 북한 , 베트남 등지 개량해 사용돼 오고 있습니다. 이 총은 안전장치 없이 곧바로 쏠 수 있도록 돼있는데, 일본 야쿠자 조직에서는 꽤 인기 있는 총이라고 합니다. 실탄은 중국 최대 무기 제조업체인 ‘롤링코’에서 90년도에 생산된 것이라고 합니다.

야쿠자 중간보스인 김 씨는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선배야쿠자로부터 이 총을 선물 받아 보관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7, 8월경 공갈 미수혐의로 일본경찰의 수사대상이 되자 일본 마약 판매상인 김 모 씨(48세)에게 맡겨두고, 2015년 1월 26일 비행기 편으로 한국으로 입국했습니다. 입국한 지 이틀 뒤인 28일 인터폴에 청색 수배 됐습니다.

불법 체류지 신세가 된 김 씨는 국내에서 알게 된 화물 운송업자 주 모씨(54세)에게 부탁해 지난해 9월경 마약판매상 김 씨로 부터 권총과 실탄을 받아 오게 했습니다. 부탁을 받은 주 씨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여객 화물선 화물 속에 숨겨 부산항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김 씨는 권총소지 이유에 대해 “다량의 마약을 갖고 있어 신변위협에 대비한 호신용이자 비상 상황시 자살용으로 반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 다량의 마약 밀반입은 어떻게, 왜?

인터폴 청색 수배로 불법 체류자가 된 야쿠자 대원 김 씨는 국내에 있는 동안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은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장기체류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지난해 11월 일본에 있던 마약 판매상인 김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에 마약판매상 김씨는 “중국에 있는 필로폰을 일본으로 밀반출 해주면 판매대금의 20%를 주겠다”는 제의를 합니다. 야쿠자 김 씨는 총기 밀반입을 해줬던 국제화물 운송업자 주 씨와 공모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밀반입된 필로폰 약 1kg을 지난달 6일 경기도 수원의 모처에서 제3자로부터 건네받았습니다. 그 뒤 일본으로 밀반출하려 했지만 제의를 한 일본의 마약 판매상이 피살되는 바람에 자신의 은신처에 보관해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야쿠자 김씨는 “국내에서 마약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김 씨가 거액의 현금 2200만원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일부 마약을 밀거래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씨는 필로폰 밀반입에 대해 “중국에서 일본으로 들어가는 화물에 대해 검색이 강화되자 마약 청정국인 한국을 경유하면 더 쉽게 통관될 수 있어 밀반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중국산 필로폰은 인천항으로 밀반입된 걸로 알려지고 있지만 언제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는 해외로 도피한 운송업자 주 씨가 잡혀야 밝혀질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 폭력조직 ‘구도카이’는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야쿠자 조직으로 정평 나
‘구도카이’는 1946년 조직된 일본의 폭력조직으로 지난 2012년 전국에서 최초로 ‘특정위험지정 폭력단’으로 지정 됐습니다.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에 본부를 두고 650명 이상의 구성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후쿠오카 현과 야마구치 현 나가사키 현 및 수도권을 주 활동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큐슈지역 최대 폭력조직으로 매우 호전적인 경향을 갖고 있으며, 강렬한 반 경찰 지향적 성격으로 ‘투쟁’ 그 자체를 중시하는 “매우 흉악한 조직‘이라고 후쿠오카 경찰은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조차 “야쿠자 중에서도 가장 사나운 단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구도카이는 EH '폭력단 추방운동‘과 관계를 하고 있는 민간인 자택이나 일반기업에 총격을 가하고 태연하게 수류탄을 던지는 등 시민도 공격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9년~2013년 사이에 약 50여 차례에 걸쳐 사업자 등에게 ‘감시료’ 명목의 돈을 요구한 뒤 거절할 경우 해를 입혔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관계 사안의 공판에서 증언자 5명 가운데 4명이 증언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2011년 이 조직의 후쿠오카 시내 한 맨션에서 기관단총과 카빈소총 등 살상능력이 높은 총기류가 대량 발견되었고, 2012년에는 기타큐슈의 한 창고에서 로켓 발사기가 압수되는 등 중무장화의 징후도 확인되고 있다고 합니다. 

김 씨는 구도카이의 중간 보스급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위상을 알려주듯 몸 전신에 화려한 문신이 그려져 있습니다. 숨진 구도카이 전 두목의 유족에게 상속 재산을 내놓으라고 위협한 혐의로 일본 경찰청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부산으로 도피한 겁니다.
 
● ‘뻥 뚫린 통관 허점…총기 안전지대 한국에 경고등 켜져‘
아직 자세한 경로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총기를 일본으로부터 부산항으로 밀반입하는 데 성공했고, 중국산 필로폰은 인천항으로 밀반입 했습니다. 경찰은 권총이 한일 여객 화물선 화물로 위장해 들여온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항에서 어떻게 통관에 성공했는지는 공범 화물운송업자 주 씨가 검거돼야 밝혀질 수 있습니다. 1kg에 달하는 필로폰도 중국에서 어떤 경로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인천항을 통해 반입된 걸로 잠정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권총이나 다량의 필로폰이 아무런 제지도 없이 국내로 밀반입됐다는 것입니다. ‘허술한 통관 절차’로 결국 ‘총기 안전지대’ 이자 ‘마약 청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총기 사용이 아직 없었고, 필로폰이 국내에서 대량 유통되기 전에 검거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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