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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시사 전망대] 춤추는 부동산 정책, 그 오랜 역사 한 눈에 보기

* 대담 : 차병준 SBS 논설위원

▷ 한수진/사회자:
 
뉴스 인사이드, 차병준 SBS 논설위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오늘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짚어보겠습니다. 부동산을 띄어서 경기를 살리는 정책에 집중했던 정부가 이제는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같은 메뉴의 규제를 수없이 풀었다 줄였다 반복해 온 부동산 정책인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별로 없죠. 이번에는 어떨지,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을 짚어보고 시사점을 찾아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수없이 풀었다 줄었다 수없이 반복해 온 부동산 정책들. 한 번 정리를 해볼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정부가 집값에 직접 영향을 주려는 부동산 정책을 펼친 것은 사실 김대중 정부 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도 부동산 정책은 있었죠. 그런데 그 이전에는 고도성장기의 토지 투기에 대한 단속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토지보다는 집값의 오르내림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의 시작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로 보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부동산 정책, 한 마디로 규제 완화 정책이었습니다. 당시에 IMF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죠. 은행과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고, 부동산 시장은 극심한 침체기였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풀 수 있는 것은 다 풀었다고 할 정도로 규제 완화 정책을 펴나갔습니다. 분양가를 자율화 했고, 소형평형의 양도세를 면제했죠. 부동산 활성화 대책 발표만 35차례나 될 정도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김대중 정부 시절에.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경제 위기가 수습되면서 이런 부양책의 효과로 2001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집값 상승률 2001년에 9.9%, 2002년에는 16.4%로 가파른 상승을 보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많이 올랐네요. 그런데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는 반대로 강력한 규제를 밀고나간 거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이때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집값 과열 분위기가 나타나던 때였습니다. 사실상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었습니다.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고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증가,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화, 그리고 종부세 도입, 분양가 전매 제한 확대, 그리고 나중에는 총 부채 상환 비율인 DTI 도입, 그리고 분양가 자율화 폐지까지 규제책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규제 백화점이었던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버블에 시달리다가 결과적으로 부동산 폭등 정부라는 오명까지 써야 했습니다. 그 온갖 규제에도 뜨겁던 부동산 시장을 차갑게 만든 것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한 순간에 무너졌죠. 호황을 틈타서 건설사들이 쏟아낸 물량, 미분양으로 그대로 묶여버렸습니다. 2006년 말 7만 3천 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이 2009년 3월에는 16만 5천 가구로 껑충 뛰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2배 이상으로.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규제 완화 정책으로 바뀌게 됩니다. 임기 첫 해 6월에 6.11 지방비 운영 대책, 그리고 두 달 만에 8.11 부동산 대책, 다시 한 달 만에 9.19 서민용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또 한 달 뒤에는 건설 부동산 대책, 이렇게 숨 가쁘게 한두 달 간격으로 부양 대책이 이어졌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취득세 감면, 고가 주택 기준 조정, 양도세율 완화, LTV 규제 완화,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투기 지역 해제 같은 조치들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 풀었어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하지만 이런 규제 완화 정책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크게 되살리지는 못했습니다. 전세값만 급등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펴나간 것이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하겠다. 양도세 감면했고, 재건축 요건과 청약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대출을 늘려주는 LTV와 DTI를 완화했죠. 여기에 금리까지 내렸습니다. 사실상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부의 권유였던 셈이였고, 덕분에 주택 시장은 거래가 늘어나면서 온기를 되찾았습니다. 2014년 말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90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8년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었죠. 그런데 그 다음 2015년에는 120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였습니다. 거래가 활발해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급증이라는 뇌관을 만들었죠.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이미 1,200조 원을 넘어서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다시 대출을 죄는 규제 조치로 정부가 방향을 틀고 있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정말 규제 메뉴가 똑같은 것 같아요. 취득세, 양도세, 전매 제한, LTV, DTI 이런 것 조였다 풀었다 한 것인데요. 그런데 문제는 너무 자주 바뀐 게 아닌가 싶은데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그렇죠. 사실 식으면 데우고, 너무 뜨거우면 식히는 게 맞는 겁니다. 정책이 그런 거죠.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정책이 너무 왔다 갔다 해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눈에 보이는 대로 치료하려고 하면 대증요법에 치우치다 보니까 단기 대응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내성이 생겨서 정책의 효과도 반감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취득세 감면 조치 같은 것도 3달, 6달, 1년. 이렇게 한시적 연장 발표를 계속 하지 않았습니까? 그 결과 거래 단절, 다시 거래 폭주. 이런 것을 왔다 갔다 하게 되면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킨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죠.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생겼습니다. 정책이 하나가 발표돼도 기다리면 또 바뀌겠지. 이런 심리가 생기니까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정책의 엇박자도 적지 않았던 것 같고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2014년에 발표된 2.26 대책이 대표적인 엇박자 정책으로 꼽힙니다.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혔는데. 다주택자들의 구매 심리를 위축시켜서 오히려 주택 시장 온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그 직전까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 2주택 분양 허용 같은 규제 완화 조치를 계속해서 부동산 시장의 온기를 지폈는데. 이 온기가 한 순간에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그 온탕을 만들어야 될 때 냉탕을 만들어버린 거죠. 당시 대책의 제목이 부동산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었는데, 부작용이 이렇게 커지니까 항간에서는 선진화 방안이라고 쓰고 규제라고 읽는다. 이런 말까지 나왔었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엇박자도 지적을 받습니다. 현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이 4.1 대책인데,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을 발표했었습니다. 그런데 입법이 지연되면서 효과가 반감됐습니다. 부동산 정책은 그 타이밍이 중요한데 발표에서 시행까지 시기가 길어지면서 시장에 혼란을 준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위원님. 지금은 어떻습니까?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현재 우리 부동산 정책, 이중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딜레마냐.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부양 사이의 딜레마, 이것이 하나고요. 그리고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 사이의 딜레마입니다. 그리고 이런 딜레마가 정책의 일관성을 또 흔들리게 하고 있습니다. 우선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부양의 딜레마를 한 번 살펴볼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 정부 초기에 LTV와 DTI를 완화해서 사실상 빚을 내 집을 사게 유도했죠. 최근 정책 당국에서는 그 때 빚내서 집 사라고 한 적 없다. 이렇게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놓고 말을 한 적은 없죠. 당시 정책 브리핑에 저도 참석을 했었거든요. 정부의 그런 메시지는 명확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완화된 LTV와 DTI가 70%입니다. 처음에 이 제도가 도입될 때 40% 정도였거든요. 그것을 70%까지 올린 것인데. 그것은 빚내서 집 사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 가계부채는 급증을 했는데도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더딘 것입니다. 부양은 계속 해야겠는데, 부채가 너무 많아져서 이제 정책 운용의 틈은 없고. 그게 바로 딜레마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 여신 심사 강화로 최근 가계부채 관리에 나섰는데. 또 부동산 부양을 손 놓을 수는 없으니까. LTV와 DTI 완화 조치는 계속 1년씩 연장을 하고 있습니다. 모순된 정책이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죠.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도 딜레마입니다. 정부가 잡으려는 두 마리 토끼인 것인데. 지금처럼 물가 상승률 이하의 집값 상승세에서는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하기 쉽지 않습니다. 거래 활성화가 잘 안 되는 거죠. 집값 안정이 오히려 매매 심리의 발목을 잡는 셈입니다. 최근의 전세가 폭등 현상도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살려는 수요가 폭증한 탓이잖아요. 매매를 활성화 시켜서 전세난을 잡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였는데. 이 딜레마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참 어렵네요. 어떻게 그러면 우리 부동산 정책은 방향을 잡아야 하는 걸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말씀드린 대로 눈앞의 문제만 단기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부동산 시장은 부동자금이 대기하는 시장입니다. 시중 부동 자금 현재 1천조 원에 달합니다. 이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돈이 된다 싶으면 몰려드는 성격의 돈인데. 최근 강남 재건축 열풍 때 확인되기도 했죠. 여기에 투기 광풍 겪은 과거 경험도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민감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2.26 대책으로 다주택자 전월세 과세 때 실제로 2주택자 165만 명 되는데. 이 가운데 실제 세금을 낸 사람은 6%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심리적으로 가라앉은 거죠. 그래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됐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는 시장입니다. 또 바뀌겠지 하는 불신, 앞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시장에 끌려가는 뒷북 정책이 아니라 시장을 예측하고 끌어가는 장기 정책이 필요한 거죠. 과거 헌법만큼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공언한 정책 당국자 얘기 말씀드렸는데. 그렇게 헌법만큼은 아니어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부동산 정책이 아쉽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SBS 차병준 논설위원이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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