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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꽃뱀' 택시 절도범, 잡고 보니 '여장 남자'

[취재파일] '꽃뱀' 택시 절도범, 잡고 보니 '여장 남자'

전병남 기자 nam@sbs.co.kr

작성 2016.07.16 11:21 수정 2016.07.16 18: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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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꽃뱀 택시 절도범, 잡고 보니 여장 남자
한 여성이 중년 택시 기사를 유혹한 뒤 차 안의 현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창피함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못할 것이란 점을 노렸습니다. 범행도 대담했습니다. 택시 내부를 비추는 블랙박스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절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 남성 택시기사에 은밀한 유혹…금품 훔친 꽃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이 여성은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여성을 잡고 보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계를 지난 달 23일로 돌려 보겠습니다.

● 손님인 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택시 절도범

유 씨가 54살 여성 박 모 씨를 만난 건 동대문에서였습니다. 처음엔 손님이었습니다. 뒷자리를 놔두고 굳이 조수석에 앉은 박 씨. 그리곤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며 유 씨에게 "외로우니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성관계까지 제안했다고 합니다. 결국 유 씨는 제안을 덥썩 물었습니다. 그리곤 박 씨를 차에 태운 채 자신의 집까지 왔습니다. 둘은 집 안까지 들어갔지만, 곧 나옵니다. 박 씨가 “불편하니 모텔로 가자”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차로 돌아온 두 사람. 박 씨는 기사 유 씨에게 “당신 방에 휴대전화를 놓고 왔으니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곤 거의 떠밀다시피 유 씨를 택시에서 내보냅니다. 유 씨가 사라지자 재빨리 차 안을 뒤지기 시작한 박 씨.지폐 수십 장과 5백 원 짜리 동전까지 모조리 챙겨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피해 금액은 16만원.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유 씨가 졸음을 버텨가며 하루 종일 번 돈이었습니다.

범행 장면은 차량 내부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기록됐습니다. 블랙박스를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하지만 신고를 하려는 유 씨를 동료 기사들이 막아섰습니다. "소문이 나봤자 망신스러울 뿐이고, 경찰도 택시 절도 같은 소액 사건엔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며 훈수했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인 수법도 일치했습니다. 결국 유 씨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사건을 서울 중랑경찰서에 접수했습니다.

● 잡고 보니 '여장(女裝) 남자'…전국 돌며 범행 정작 박 씨를 잡았다는 연락은 인천 계양경찰서에서 왔습니다. 뜬금없이 인천이라뇨. 이유가 있었습니다. 소문은 사실이었습니다. 박 씨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이 더 있었던 겁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다른 피해자의 신고로 별 건의 수사를 진행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자인 줄만 알았던 박 씨, 알고 보니 여장을 한 남자였습니다. 여자처럼 꾸미고 전국 각지를 돌며 남성들을 대상으로 절도 행각을 벌여 온 겁니다. 성관계를 미끼로 모텔이나 노래방으로 유인했고, 금품을 가로채 달아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범행도 한두 건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8건,  피해자도 서울·인천·청주·대전 등 전국 각지에 있었습니다. 모두 다 택시 기사 유 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 금액만 2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와 성전환 수술 비용이 필요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10대 때부터 여자처럼 살아왔다"고 털어놨습니다. 남성 피해자 대부분이 성관계를 제안하면 쉽게 경계심을 풀어버렸다고도 말했습니다.

결국 박 씨는 상습 절도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박 씨 집에서 현금 5천 여 만 원을 찾아내 어디서 난 돈인지 추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벌어진 비슷한 미제 사건이 박 씨의 소행인지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박 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훔친 금품을 돌려주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정상 참작을 노린 것이죠. 다행히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손해 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장 남자'의  절도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단면이 이번 사건을 통해 또 한번 드러났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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